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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5 (토)

20명이나 죽었는데도 쉬쉬…중국화물선과 충돌한 북한선박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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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선박, 유엔제재상 불법거래 숨기려
악천후에 식별장치 끄고 항해하다 사고난듯
제재위반 비판 의식한듯 양국 모두 ‘함구’


매일경제

2023년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이 포착된 지점 [사진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


석탄 밀수출 선박으로 의심됐던 북한 화물선이 지난달 서해상에서 중국 선박과 충돌해 다수의 선원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현재 북한과 중국은 해당 사고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어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이날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궂은 날씨에 서해를 지나던 북한 화물선이 중국 남동부에서 중국 선박과 부딪쳐 침몰했다. 이 사고로 북한 선원 15~20명이 숨졌고, 소수의 선원들만 중국 당국에 의해 구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서는 중국 화물선이 짙은 안개로 뒤덮인 해상에서 AIS를 끄고 항해하는 북한 화물선을 알아차리지 못해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다.

AIS는 일정 규모 이상 선박의 식별코드와 위치, 속도, 배 방향 등의 정보를 주변에 지속적으로 보내는 항행 안전의 핵심적 장치다. 그간 북한은 해상 환적 방식으로 유엔 제재상 금지된 지하자원 밀수출이나 석유 밀수입을 위해 자국 선박의 AIS를 끄고 항해하다 덜미가 잡혀 국제적으로 비난받은 바 있다. 북측은 이번에도 주요 석탄 밀수출 루트인 해당 수역에서 AIS를 끄고 항해하다가 사고가 났을 개연성이 크다.

다만 북·중 양국은 대규모 인명피해가 난 사고 발생 이후에도 관련 내용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양국은 사고를 공개하는 것이 곧 대북 제재 위반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습이 될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해 보안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으로서는 자국 선박이 관련된 대북 제재 위반 사례를 공개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중국은 대놓고 북한과 군사 밀착을 강화하며 대북 제재를 무너뜨리고 있는 러시아와 달리 제재 시스템 유지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단속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대외적으로는 대북 제재를 준수한다는 입장이지만 베이징의 방침이 각 지방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도 자국 내 기업과 개인에 의한 대북 제재 위반이 이어지는 점에 대해 국제사회에 ‘현실적으로 단속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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