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5시40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탄핵 찬성측(왼쪽)과 반대측(오른쪽) 철야집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오석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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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5시40분, 시민들은 바닥에 누워 철야 집회를 벌였다. 서울 종로구 안국역 5번 출구 인근에서 벌어지던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엔 50여명이 있었다. 이들은 의자를 한쪽으로 치우고 가운데 은색 돗자리를 길게 깔아 그 위에 누웠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든 채 몸에서 방출되는 열을 가두려 은박담요를 몸에 두르기도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종로구 기온은 5.3도를 기록했다. 성남시 수정구에서 왔다는 최복례씨(68)는 "한남동 때 비하면 여기는 호텔이나 다름없다"며 "정말 하나도 춥지도 않고 힘도 안 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월15일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윤 대통령이 체포되던 당시 많은 지지자가 관저 앞으로 집결했다.
함께 집회에 참여한 구로구 신도림동 주민 최정림씨(71)는 "선고 전까지 헌법재판소 앞에 있겠다"며 "너무 추울 땐 온방 버스에 들어갈 수 있어서 버티기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나라를 빼앗기면 죽음뿐인데 그렇게 되기 전인 지금 상황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옛날 나라를 지키던 어른들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나 편한 수준"이라고 했다.
14일 오전 6시30분쯤 광화문 앞에서 철야 농성을 이어가는 탄핵 찬성측. /사진=오석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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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찬성 측 역시 철야 집회를 이어갔다. 오전 6시30분쯤 광화문 동십자각 부근 안국동 사거리에는 20여명이 있었다. 밤을 새우기 위한 텐트도 곳곳에 보였다. 텐트 밖으로는 신발과 물병이 놓였고 큰 글씨로 윤석열 파면 등의 글귀가 붙었다. 이들 역시 은박담요와 돗자리로 버티며 컵라면과 믹스커피 등으로 몸을 데웠다.
각종 깃발이 꽂힌 천막들 사이로 탄핵 찬성 측 자원봉사자들은 경광봉을 들고 이리저리 순찰했다. 동이 트자 철야 집회 주위로 새벽부터 서울 도심에서 조깅하거나 출근하는 직장인들도 눈에 띄었다.
14일 새벽 광화문과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밤을 지새운 탄핵 찬성측(왼쪽)과 반대측(오른쪽). /사진=오석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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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종로구 주민 정영순씨(70)는 바닥에 놓인 텐트를 측은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너무 안타깝다"며 "나는 새벽 6시에 나와서 출근길에 저들을 보지만 저 사람들은 지난밤을 꼴딱 샜으니 상상 이상으로 춥고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탄핵이 빨리 돼야 좀 괜찮아질 텐데, 법관들 입장에서는 뒤탈이 안 나게 확실하게 하느라 늦는 것 같아서 어느 정도 이해도 된다"고 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측은 지난 8일 오후부터 경복궁역 4번 출구 인근에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시점까지 무기한 철야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도 지난 10일부터 탄핵 심판 선고일까지 철야로 탄핵 반대 집회를 벌이고 있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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