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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5 (토)

치유의 철학, 불안을 이기는 몰입은 인간의 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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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위한 북(book)소리]

머니투데이

▲최보기 책글문화네트워크 대표


“철학이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입니다. 철학은 어려워요. 저도 처음 철학책을 폈을 때 어려웠어요. 그런데 꾸준히 읽었습니다. 어려운 책을 굳이 읽은 이유가 무엇이냐고요? 어느 순간 큰 재미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철학자들이 남긴 문장 하나하나 그 깊은 의미를 알게 되면 그만큼 재미가 솟아납니다. 특히 철학의 매력은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가운데 미래를 살아낼 새로운 지혜를 얻기도 합니다.”

『닥터 필로소피』 서문에 저자가 맨 먼저 밝힌 내용이다. 이 말이 거짓이 아님은 그가 현재 꽤 이름 있는 철학 강의 초청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 SNS에 그가 올리는 철학적 사유의 글에 진성 팬이 많다는 점이 증명한다. 서문을 보면 알 수 있듯 저자는 철학자가 아니라 철학책 읽기를 좋아하는 ‘철학 덕후’이다.

그가 철학책을 읽기 시작한 동기는 ‘정신의 질병’ 때문이었다. 약 12년 전 저자는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앓으며 폐인처럼 집에만 있어야 했다. 불안, 공허, 허무의 바닥에서 저자는 막무가내로 철학책에 매달렸다. 칸트, 니체, 쇼펜하우어, 프로이트, 공자, 맹자, 성경, 불경 등 동서양의 철학책을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어 불안이 주는 고통을 극복했고, 자존감을 회복해 열정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사람으로 ‘돌변’했다.

철학은 저자에게 새로운 삶의 나침반이 돼줬다. 『닥터 필로소피』는 제목 그대로 ‘의사(醫師)가 돼주는 철학’의 효과를 실존적 경험으로 증명하는 기(氣) 처방전이다.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는 염세주의 철학자임에도 인문학 자기계발서의 단골 고객인 쇼펜하우어의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란 말은 ‘세상은 내 마음이 눈 앞에 그려내는 그림’이라는 뜻이다. 세상과 삶은 내가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사과를 보면서도 사람에 따라 달콤한 맛, 탐스러운 붉은 색, 공처럼 둥근 모양 등으로 각각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다. 중국 명나라 유학자 왕양명 역시 ‘심외무물(心外無物), 마음 밖에는 사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동일한 철학을 설파했다.

나 자신이 온 천지 사물보다 앞서며, 나 자신이 우주의 전부다. 석가모니께서도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세상에서 내가 가장 존귀하다’ 하셨으니 나라는 존재는 얼마나 소중한가! 불안으로 고통당할 이유가 없다.

불안을 이기는 최선의 방법은 ‘몰입’이다. 몰입은 동물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의 특권이다. 수행자들이 자신에게 몰입해 현실을 초월하듯이 일반인도 종교, 음악, 미술, 문학 등 어느 하나에 몰입함으로써 불안의 감정을 해소하고 ‘오성’만으로는 형용할 수 없는 쾌감을 감각하기도 한다.

특히 가치 있는 일에 몰입하면 그 효과가 더욱 배가되므로 좋은 취미를 갖는 것이 중요한데 그냥 보고 듣는 것을 너머 직접 해보는 것이 몰입에 훨씬 유리하다.

리더는 고독한 존재다. 주변의 의견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결정, 결단은 스스로 내려야 하고 거기에 따르는 책임도 져야 한다.

필자 주변에는 불면이나 불안의 고통을 호소하는 리더가 꽤 있다. 원인이야 제각각이겠지만 공통적으로는 자신이 현재 성취한 것이나 미래에 대한 걱정, 또는 고독한 리더의 지위와 모종의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 압박과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정신을 향유하는, 더욱 지혜로운 리더가 되는 길을 철학 에세이 『닥터 필로소피』 안에서 찾길 빈다. 2년 전 출판돼 벌써 읽은 책이지만 정신적 안정이 필요할 때마다 반복해 읽다가 문득 ‘아! 이 책은 리더의 필독서이겠다!’ 싶어 소개하기로 ‘결심’했다.

머니투데이

▲『닥터 필로소피』/ 김대호 지음/ 틈새의시간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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