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의 한 장면. 제주도 유채꽃밭에서 첫키스를 나눈 애순과 관식의 모습.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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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시청자들은 귤을 껍질째 화롯불에 구워 먹는 제2화 장면에서 잠시 멈칫하게 된다. 주로 생(生)으로 까 먹는 귤을 불에 구워 먹는 모습이 그동안 상상해본 적도 없을 만큼 이색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에 귤 구워 먹기'는 우리나라 최대 귤 생산지인 제주도에선 오래전 흔한 방식이었다고 한다. 단맛이 강화되고 온기가 소화를 도와서다.
'폭싹 속았수다'에 소개된 제주의 이색적인 모습은 한둘이 아니다. 애순(아이유)과 관식(박보검)이 '인중 키스'를 나누는 노란 유채꽃밭도 서울에선 보기 힘든 모습이고, 엄마 광례(염혜란)를 떠나보낸 소녀 애순이 묵직한 돌을 던지며 '용왕님'에게 분개하는 제주 바당(바다)의 빛깔도 아름답다. '폭싹 속았수다'의 인기 요인은 탄탄한 서사, 그리고 허투루 쓰인 데가 없는 감칠맛 나는 대사가 거론되지만 '제주 감성'이 이 드라마의 독특한 품격을 형성하고 있다.
제주 감성을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들이 영상물 시장에 범람하고 있다. 제주도의 이국적인 풍광과 낯선 사투리가 신비로운 감성을 자아내면서 콘텐츠의 중점 소재로 떠올라서다.
14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폭싹 속았수다'는 13일 기준 전 세계 14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홍콩,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볼리비아 등에서 1위에 올랐다. '폭싹 속았수다'는 '매우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뜻의 제주어다. 한 시대를 살아낸 어른들을 위한 찬가가 주제인 이 16부작 드라마는 매주 금요일 4화씩 추가 공개(14일 오후 8부까지 공개)되는데, 이와 같은 기세라면 2025년 상반기 영상물 시장의 최정상 히트작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제주 감성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적극 활용된 바 있다. 제주로 출장 간 변호사 일행의 여정을 다룬 제13~14화 '제주도의 푸른 밤' 편이었다. 제주 명물인 '고기국수'가 주요 소재로 등장했다. 고기국수는 제주 특유의 면요리로, 돼지고기 수육(돔베고기)을 고명으로 올린 점이 특징이다. 행복국수의 레시피를 훔친 행운국수집의 전모를 변호사들이 밝혀내는 우영우 스토리는 당시 큰 호응을 얻었고, 지금도 제주 고기국수는 현지에서 '우영우 국수'로 불리기도 한다.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도 배경이 제주도였다. 사진작가인 삼달이(신혜선)가 서울 생활 중에 인생의 굴곡을 맞이한 뒤 고향 제주로 내려가 마음의 평화를 찾는 이야기다. 이 드라마에 나온 김녕해변, 광치기해변, 신창풍차해안도로, 평대리 팽나무, 오조포구, 와흘메밀마을 등은 지금도 인기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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