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부과 맞물려 금 수요 재급증
금융위기·팬데믹 등 위기 때 나오던 가격 이정표
트럼프 2기 출범 후 3000달러 돌파
1월 美 금괴 수입 급증에 무역적자 급등
1분기 GDP ‘-2.4%’ 우려 번지기도···
관세로 약달러 시 금값 더 오를 수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면서 금 값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3000달러를 넘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후 달러와 비트코인의 가치를 높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두 자산 값은 하락했고, 달러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값이 뛰는 양상이다.
특히 관세를 앞두고 미국의 금괴 수입이 급증했던 것이 1분기 미국 경제의 급락 전망의 근거 데이터로 오용되면서 경제 불안감을 더욱 키운 양상이다.
14일(현지 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연속 선물가격은 장중 온스 301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날 장중 전날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3000달러를 넘어 선 이후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
금 값의 이번 상승세는 관세 정책에 대한 불안감 탓이 컸다. 미국과 무역 상대국 간 맞불관세로 각국의 성장 정체 우려가 커지면서 피난처로 금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결과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달 글로벌 실물 금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에는 94억달러(약 13조6500억원)가 순유입됐다. 3년 만의 최대 유입세다. 북미에서 68억 달러가 몰렸으며 중국에서도 사상 최대 규모인 19억 여 달러 어치의 매수세가 붙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분석가 수키 쿠퍼는 “금 ETF를 통한 강한 수요와 지속적인 중앙은행의 매입, 지정학적 불안, 관세 정책 변화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금 수요를 계속 자극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급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불러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됐다. 금 수입이 늘어나자 1월 미국의 무역 적자가 1314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는 이달 초 1월 무역적자를 GDP 분석에 반영하면서 1분기 GDP 전망치를 -2.4%라고 발표했다. 이 분석은 지난 9일 폭스의 트럼프 대통령 인터뷰에서도 진행자가 언급하는 등 미국 침체론의 기폭제가 됐다.
다만 추후 애틀랜타 연은 측은 직접 마이너스 성장 전망이 일부 과장됐다고 스스로 해명에 나섰다. 정부가 GDP를 계산할 때는 무역적자는 반영되지만 금 수입량은 제외한다. 금은 생산이나 소비에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금 수입량을 제외하고 무역적자를 고려하면 1분기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가 아니라 0.4%라는 것이 애틀랜타 연은의 설명이다.
다만 0.4%가 여전히 낮다는 점에서 성장 불안은 여전한 분위기다. 이에 월가는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장벽을 높이 쌓을 수록 금 값도 더욱 높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티은행과 골드만삭스, 맥쿼리, RBC 등 최소 4개 은행이 최근 몇 주 동안 금값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지난해 연말 3000달러에서 3100달러, 최대 3300달러를 보고 있다. 맥쿼리는 3500달러를 제시했다. 월가의 신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의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미국 경제 침체가능성을 60%로 보고 있다”며 “올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금 가격이 온스당 4000달러 까지 오를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고 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