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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월)

‘고려아연 희소금속’ 국가핵심기술 등록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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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안티모니’ 제련기술
산업부 전문위 최종결론 임박
영풍측 등록 반대 의견서 제출
해외매각 ‘걸림돌’ 의식한 듯

미-중 갈등에 희소금속 가격 폭등
세계 유일기술 아니라도 가치 높아
전문가 “국가 나서 기술 보호 필요”


매일경제

국내 유일하게 고려아연이 생산 중인 희소금속 안티모니.


고려아연이 신청한 희소금속 제조기술의 ‘국가핵심기술’ 등록이 난항을 겪고 있다.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MBK측이 향후 해외 매각 과정서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해 반발하면서 정부측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지난해 11월 신청한 보유 기술 2건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 건에 대해 영풍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에 반대 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핵심기술이란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에 국가 안보·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정받은 기술이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해외 매각시 산업부 장관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기술 유출 우려가 줄어든다.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한 기술은 최근 주요 전략광물 자원이자 희소금속으로 주목받는 ‘안티모니’ 제련 기술과 독자적인 아연 제련기술인 ‘헤마타이트(Hematite) 공법’ 등 두 가지다.

고려아연의 습식 안티모니 제련 기술은 기존 건식 제련에 비해 친환경성·효율성을 크게 높인 방식이다. 제조 원가를 기존 40% 수준으로 낮춰 고순도 안티모니를 생산 가능하다. 고려아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티모니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헤마타이트 공법은 아연 제련 과정에서 철을 효율적으로 회수하는 기술이다.

영풍측은 정부 요청에 따라 기술적 관점에서 의견서를 제출했을뿐 의도적인 ‘방해 공작’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영풍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은 제도의 본래 취지에 맞게 국가대표 기술을 선정하는 엄격한 요건에 따라 심사해 지정해야 한다”며 “이번 신청은 영풍-MBK 연합의 경영권 취득에 대한 새로운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이 목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10여명의 관련 학계 인사로 구성된 산업부 산하 전문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중 결론을 낼 예정이다. 산업부는 전문위 결론을 참고해 최종 판정을 내리게 된다. 수차례 심의를 거쳐 마지막 결론만 남은 상황이지만 현재까진 통과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위 관계자는 “현재 최종 결론을 내리는 마지막 회의만 남은 상황으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으며 이달안에 결론이 난 가능성이 높다”며 “특정 기업의 이해관계에 관계없이 기술의 독보성과 가치, 산업 영향력 등 기술 그 자체만 보고 평가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 개입 없이 민간 위원들에게 기술 평가를 전적으로 일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영풍이 최근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이번 신청을 경영권 분쟁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굳어져 전문위 내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등 다른 국가가 유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고려아연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기업 입장에서 보안 유지로 인해 전문위 회의 시 자료 공유가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측면이 있다”며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될만한 충분한 가치와 기술적인 차별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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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에선 경영권 분쟁 이슈를 떠나 국가 자원안보 관점에서 고려아연의 희소금속 관련 핵심 기술·인재를 해외 유출 위협에서 보호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앞서 지난해 11월 고려아연은 이차전지 핵심소재 기술인 전구체 원천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이미 해외매각 관련 허들은 마련된 상황이다.

안티모니는 과거 주로 난연재에 쓰이던 희소금속으로 현재는 탄약 제조 등 방산업과 태양광·반도체 등 미래 핵심산업에 사용된다. 현재 안티모니 생산은 중국에 집중되어 전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통상 압박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지난해부터 안티모니, 인듐 등 희소금속에 대해 전략적인 수출통제에 나섰다. 이에 안티모니 가격은 지난해 1월 1만3300달러 수준에서 올해 2월 6만2000달러로 약 1년여 만에 5배 가량 폭등했다. 고려아연의 희소금속 제조 기술을 향후 한-미 무역협상의 전략적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다른 나라에 비슷한 기술이 있다고 해도 고려아연의 기술력은 단연 독보적인 수준“이라며 ”국가적 손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원천 기술을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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