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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8 (화)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美, 상호관세 폭격 후 각국과 양자 협상 예고…韓, FTA 재개정 압박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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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장관 "공정·호혜성 기준 양자 협상"

韓도 예외 아닐 듯…한미 FTA 재개정 가능성

베선트 장관 "금융위기 막을 건강한 조정"

미국인 과반, 관세 등 경제 정책에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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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다음 달 2일 전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한 후 각국과 양자 무역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를 위해 상호관세를 교역 상대국을 각개격파할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미 무역흑자가 큰 한국 역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압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루비오 장관은 16일(현지시간)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상호관세 정책과 관련해 "우리는 그들(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부과하는 것과 동일한 관세를 (상대국에) 부과할 것"이라며 "기준을 재설정하고 양자 협정을 통해 우리의 무역이 공정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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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상호관세)는 세계적인 것으로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건 모두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공정성과 호혜성의 새로운 기준에서 잠재적으로 전 세계 각국과 양측 모두에 합리적인 새로운 무역 협정을 위한 양자 협상에 참여할 것"이라며 미국이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재설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의 관세, 비관세 장벽을 감안해 4월2일부터 이에 상응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여러 차례 예고했다. 이날 루비오 장관의 발언은 상호관세를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지렛대로 삼아 각국과 개별 무역 협상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루비오 장관은 "우리는 30~40년 동안 세계 무역에서 다른 국가들이 우리를 불공정하게 대우하는 것을 허용했다"며 "이는 냉전 기간에 그들이 우리의 동맹이었고, 그들이 부유하고 번영하길 원했기 때문이지만 이젠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현재 상태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상태를 만들 것이고 (다른 국가들이) 원한다면 협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도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후 FTA 재개정을 포함한 새로운 무역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과 FTA를 한 차례 개정했지만 지난해 대미 무역 흑자는 역대 최대인 557억달러에 달했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8번째로 무역적자가 큰 국가라 우리나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격 사정권 안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미 의회 연설에서 한국의 관세율이 미국의 4배라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지만, 미국이 자국 기업에 부담이 되거나 무역적자의 원인이 되는 한국의 각종 정책과 규제 등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와 국회가 추진한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법(플랫폼법)', 30개월령 미만으로 제한한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 조치 등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월가에서는 관세발(發) 경기 침체 공포가 커지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정책 강행 의지와 함께 주식시장의 단기 변동성을 우려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거듭 발신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이날 NBC 방송의 '밋 더 프레스'에 출연해 최근 관세 우려로 인한 뉴욕증시 급락과 관련해 "35년간 투자 업무에 종사해 왔고 이번 조정은 건강하고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건강하지 못한 건 큰 행복에 빠진 시장이고, 그렇게 되면 금융위기가 온다"고 말했다. 특히 "2006년, 2007년 누군가 브레이크를 밟았으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문제를 겪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조정이 금융위기를 막을 건강한 조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장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며 "장기적으로 우호적인 세제, 규제 완화, 에너지 안보 정책을 통해 시장은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인의 절반 이상은 관세 등 트럼프 2기의 경제 정책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NBC 방송이 여론조사업체에 의뢰해 지난 7~11일 미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4%를 기록했다(오차범위 ±3.1%포인트). 지지한다는 응답은 44%였다. NBC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운영에 부정적인 응답이 절반을 넘은 건 집권 1기를 포함해 처음이다. 현 경제 상황이 좋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과 개인적인 호감도는 각각 47%, 46%를 기록해 집권 1기를 포함해 그의 임기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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