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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입원 한 달 만에 사진 공개로 건강 호전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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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제멜리 병원 내 성당서 입원 후 처음으로 미사 집전

16일 교황청 공보실이 공개한 미사를 집전(執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뒷모습이 담긴 사진. /교황청 공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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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교황청이 로마 제멜리 종합병원에 입원해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89)의 미사 사진을 공개했다. 교황이 입원한 지 30일 만에 대중에 공개한 첫 사진이다. 교황청은 “대중과 언론으로부터 교황의 사진에 대한 요청이 많았다”고 배경을 밝혔다.

교황청에 따르면 사진은 교황이 이날 오전 병동 10층에 마련된 성당에서 입원한 뒤 처음으로 집전(執典)한 미사를 마치고 기도하던 중 오른쪽 뒤편에서 비스듬히 촬영됐다. 하얀색 의복에 보라색 영대(교황이 어깨에 두르는 띠)를 두른 교황은 구부정한 자세로 휠체어에 앉아 불 켜진 초와 성경 등이 놓인 제단 위 십자가상을 바라보고 있다. 항상 착용하던 작은 하얀색 모자인 ‘주케토(zucchetto)’는 착용하지 않아, 숱이 적은 머리카락이 이례적으로 드러났다. 이날 교황의 복장은 사순(四旬·부활절을 앞두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40일) 시기 전례 예복을 갖춰 입은 것으로 보인다. 사제들은 사순 시기, 회개와 속죄를 상징하는 자색 제의를 입는다. 이날 일부 신부들도 미사에 참석했지만, 사진에 함께 촬영되지는 않았다.

교황은 지난달 14일부터 한 달 넘게 입원해 있다. 2013년 3월 부임한 이후 최장 기간 입원이다. 기관지염으로 입원해 진료받던 중 양쪽 폐에 폐렴이 발견돼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호흡곤란과 신장 기능 저하 증상으로 의료진이 ‘위중하다(critical)’는 진단을 내놨지만, 4일 만에 고비를 넘긴 뒤 지난달 26일부터 안정을 되찾고 회복하고 있다. 지난 6일엔 다소 숨이 찬 목소리였지만, 모국어인 스페인어로 “광장에서 내 건강을 위해 기도해 준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하는 음성 메시지도 냈다.

교황이 입원한 뒤 교황청은 매일 오전, 전날 밤 교황의 병상 동태와 의료진 진찰 및 치료 내용을 전하는 일일 공지를 내고 있다. 이는 과거 교황청의 행보와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행보다. 바티칸에는 ‘교황은 죽을 때까지 아프지 않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교황의 건강 관련 정보는 극비다. 그러나 이번 입원 기간 교황청은 ‘교황이 고유량 산소 요법으로 치료받고 있다’ ‘천식과 유사한 호흡기 위기를 겪고 있다’라는 등 세부적인 병세 정보를 공개해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의 건강에 대해 아무것도 숨기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피력한 데 따른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동안 교황청의 과거 비밀주의를 탈피하고 낮은 자세로 신자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교황이 입원한 뒤 로마에는 교황의 쾌유를 비는 인파가 이어지고 있다. 제멜리 병원 앞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의 조각상 발치에는 전 세계에서 전해진 꽃다발과 그림, 편지가 가득 놓였다. 교황청이 교황의 용태와 관련한 공지를 전하는 바티칸 기자단에도 등록 요청이 쇄도해 인원이 700명가량으로 늘었다고 한다.

교황은 현재 약물·호흡·물리 치료를 병행하며 안정된 상태로 병원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등을 만나 주요 사안을 보고받고 결재를 하거나 가자지구 교구 등 필요한 곳에 연락을 취하는 등 간단한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병원에서 즉위 12주년 기념일을 맞았다. 교황의 즉위 기념일에 특별히 열리는 행사는 없지만, 교황청은 이날 오후 병원 의료진이 촛불을 밝힌 케이크를 교황의 병실로 가져가 함께 기념일을 축하했다고 전했다.

다만 교황의 퇴원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다. 14일 교황청은 교황의 건강, 치료 상황과 관련한 공지의 빈도를 낮추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는 (교황의 회복세에 따른) 긍정적인 신호”라고 했다. 하지만 병원 진료와 물리치료가 아직 필요하다면서 “개선된 상황이 유지될지 시간을 들여 봐야 한다”고 전했다.

[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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