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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용 원전 첫 해체 시작한 일본…18개 줄줄이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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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하마오카 원자력발전소 2호기의 원자로 압력용기 상부 뚜껑 모습. 주부전력 누리집.


일본에서 본격적인 상업용 원자력발전소 폐로를 위한 원자로 해체 작업이 처음 시작됐다. 현재 원자로 18기 폐로가 예정된 일본에서 ‘대폐로 시대’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한국에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8일 일본 전력회사 주부전력에 따르면, 이 회사는 하루 전 시즈오카현 하마오카 원자력발전소 2호기 해체 작업의 하나로 원자로 압력용기 상부 뚜껑을 분리했다. 상부 뚜껑은 지름 약 6m, 높이 약 3m, 두께 약 80㎝ 규모다. 모두 4단계로 이뤄지는 원전 해체 작업에서 본격적인 해체 작업은 3단계부터 시작되는데, 이날 3단계 첫 작업에 해당하는 상부 뚜껑 분리 작업이 이뤄진 것이다. 주부전력은 “지난해 12월18일 폐로 조처 3단계에 대한 인가를 받아 해체 철거 준비를 해왔다”며 “3월17일 일본에서 처음으로 상업용 원자로 해체를 위해 압력용기 상부 뚜껑을 열고 철거 공사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하마오카 원전 2호기는 핵발전으로 물을 끓인 뒤, 여기서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들어내는 비등수형 원자로다. 1978년 첫 운전을 시작한 하마오카 원전 2호기는 가동 30년만인 지난 2008년 폐로가 결정됐다. 당시 사용 연한이 남아 있었지만, 지진 발생 때 원전 안전 확보에 필요한 기준이 강화되자, 내진 보강 비용이 향후 수익보다 크다는 판단으로 폐로를 결정했다. 이듬해 가동을 멈추고 원자로 해체 작업에 필요한 정지작업을 계속해 왔다. 그 사이 건물 안에 있던 사용후핵연료는 같은 부지에 있는 원자로 4, 5호기 연료 풀로 옮겼고, 미사용 연료는 부지 밖으로 이동됐다. 또 2015년부터는 원자로를 뺀 터빈, 발전기, 건물 일부에 대한 해체를 진행해왔다.



가동을 멈춘 지 16년이 지났지만 원자로 내부는 여전히 사람이 접근할 수 없을 만큼 방사선량이 높은 상태다. 이 때문에 원자로 해체 작업은 로봇을 이용한 원격 조작 등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부전력 쪽은 우선 2호기를 우선 해체하고, 2042년까지 1호기까지 해체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비용은 2호기 462억엔(4467억원), 1호기 379억엔(3664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에선 후쿠시마 제 1원전을 빼고, 정상적 절차를 거쳐 폐로가 결정된 원자로가 전국에 18기에 이른다. 후쿠시마 제 1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했던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이전 원자로를 최대 54기까지 운영했지만, 상업용 원자로를 폐로해본 경험이 아직 없다. 하마오카 원전 2호기가 이른바 ‘대폐로 시대’의 신호탄이 되는 만큼 이번 해체 작업에 관심이 높다. 반면 전세계에 폐로가 결정된 원전 200여기 가운데 미국 등에서 20여기가 폐로를 완료한 사례가 있다. 노후 원전이 늘어나는 한국도 고리 1호기 등의 해체를 앞두고 있어 하마오카 2호기가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원전 해체 작업 과정에서 방사성 폐기물 처리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하마오카 원전 1·2호기의 경우, 주부전력은 약 45만톤에 이르는 금속과 콘크리트 폐기물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2만여톤은 비교적 낮은 땅에 매립한 뒤 수십년∼수백년간 방사능 수치를 모니터링해야 하는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다. 하지만 해체 작업을 시작하고도 아직 폐기물을 어디에 묻을지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민간 사업자들이 방사능 폐기물 매립장을 만들어 ‘폐로 사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반면 방사능 폐기물이 매립 뒤에도 길게는 수백년 이상 관리가 필요한 만큼 프랑스나 영국 등은 국가가 직접 매립장을 관리하고 있다. 야나기하라 사토시 후쿠이대 교수는 아사히신문에 “수백년에 걸쳐 관리돼야 하는 방사능 폐기물을 민간 기업에 맡겨도 되는지 (의문이 있다)”며 “오염도가 가장 높은 수준의 폐기물만이라도 국가가 관리에 관여할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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