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현대제철 포항1공장에서 발생한 20대 비정규직 직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14일 경북 포항 현대제철 공장에서 일하던 20대 계약직 노동자가 슬래그(쇳물 찌꺼기) 포트에 떨어져 숨진 가운데, 노동조합은 현대제철이 노동자 추락 위험을 인지하고도 제대로 된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8일 경북 포항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제철의 사고 발생 공정에 대한 위험성 평가 자료 등을 근거로 사고 책임이 회사의 부실한 안전대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고는 현대제철 포항1공장의 100톤 제강 전기로 상부에서 작업 중이던 20대 계약직 노동자가 발을 헛디뎌 슬래그 포트 내부로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고인은 안전고리를 체결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사고를 당했는데, 노조는 작업 환경상 안전고리를 체결하기 어려워 회사가 별도의 안전대책을 수립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동기 금속노조 포항지부 현대제철지회장은 “고인이 한 슬래그 제거 작업은 전기로가 작동하는 상황에서 진행되는데, 전기로 안에 녹이는 고철은 그 안에 어떤 것들이 섞여 있는지 몰라 폭발 위험성이 크고 실제로 폭발한 적도 있다”며 “이때 안전고리를 착용한 채 작업하면 폭발을 피하지 못해 오히려 제2, 제3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는 별도의 안전대책 마련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위험성 평가 때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지난해 3월 작성된 현대제철 포항공장의 위험성 평가서를 보면 작업 중 추락 위험 대책으로 ‘안전고리 체결’, ‘2인1조 근무’ 등만 적혀 있었다. 이 지회장은 “작업 공간이 한 사람만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아 작업대 자체를 넓히는 방안이 검토됐어야 했다”며 “사고가 나니 회사는 왜 안전고리를 하지 않았느냐고 개인 책임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현대제철에 실효성 있는 안전보건관리체계 수립, 제대로 된 위험성 평가·개선 대책 이행 등을, 노동부에는 현대제철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특별감독 실시, 작업중지 해제 때 노조 의견 반영 등을 요구했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현대제철 인천·당진·포항 공장에서는 추락사·질식사 등 모두 5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노동부와 검찰의 중대재해처벌법 수사는 더디기만 해, 검찰이 기소하거나 불기소 처분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안전줄을 체결해야 한다'는 작업표준서는 현장 노동자들과 협의를 통해 만든 지침”이라며 “경찰과 노동부에서 아직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