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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수)

이스라엘 가자 공습 재개로 320명 사망…WSJ "트럼프가 '청신호'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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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이스라엘이 18일(이하 현지시간)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습을 재개해 320명 이상이 숨지며 두 달간 가까스로 유지되던 휴전이 붕괴됐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전투 재개는 인질에 대한 "사형 선고"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기습 공격을 비밀리에 준비해 왔지만 가자지구 휴전을 취임 성과로 내세웠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엔 미리 알렸다. 외신은 수차례 인질 전원 석방을 요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공격 재개 '청신호'를 줬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AP> 통신 등을 보면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오전 "현재 가자지구의 하마스 테러 조직에 속한 테러 목표물에 대한 광범위한 공습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까지 수십 건의 공습이 수행됐고 "필요한 한" 공습을 지속할 예정이며 명령이 있을 땐 이를 공중 작전을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공습 뒤 가자지구 동부 주민들에 대피령을 내렸는데 <AP>는 이러한 명령이 지상 작전을 재개하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오전 성명을 내 군에 "하마스 테러 조직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이는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거듭 거부하고 스티브 윗코프 미 대통령 중동 특사와 중재자로부터 받은 모든 제안을 거부한 데 따른 조치"라며 "이스라엘은 지금부터 하마스에 대한 군사력을 증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성명을 통해 "오늘밤 우리는 가자지구 전투로 복귀했다"며 "모든 전쟁 목적이 달성되고 모든 인질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전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인질 59명을 모두 석방하지 않으면 "전에 본 적 없는" 공격이 가해질 것이고 "가자지구에 지옥문이 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격을 재개한 것은 이스라엘이지만 미국은 휴전 붕괴를 "선택"한 것이 하마스라고 비난했다. 브라이언 휴즈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하마스가 "인질을 석방하고 휴전을 연장할 수 있었지만 대신 (휴전안) 거부와 전쟁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미 백악관은 이번 공격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미 폭스뉴스에 "이스라엘은 트럼프 정부와 백악관에 오늘밤 가자지구 공격에 대해 상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 후티 등 이스라엘 뿐 아니라 미국에 테러를 가하려는 모든 이들에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모든 지옥이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동의 모든 테러리스트들, 이란이 지원하는 테러 대리인들과 이란 그 자신"을 겨냥해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하마스가 인질을 넘기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하마스 공격 재개 '청신호'를 줬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에 즉시 인질 전원을 석방하지 않으면 "지옥이 터질 것"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다.

이날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300명 이상이 숨졌다. <로이터>는 가자지구 보건부가 18일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326명이 숨졌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가자지구 북부 및 가자시티, 중부 데이르알발라, 남부 칸유니스 및 라파에 이르기까지 가자지구 전역에서 공습 소식이 들렸다고 전했다. 통신은 현지 병원에 사상자들이 몰려들었고 피 묻은 흰 비닐 시트로 덮인 주검 더미가 쌓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격이 기습적으로 이뤄진 탓에 인명 피해가 더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군이 기습 공격을 위해 이번 공격 계획을 비밀로 유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사망자 중 다수가 어린이라고 밝혔다. <AP>는 칸유니스 유럽 병원에 따르면 라파의 한 주택이 공습 당해 12명의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일가족 17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통신은 자사 기자가 칸유니스에서 폭발과 연기 기둥을 목격했고 구급차가 부상자를 나세르 병원으로 실어 날랐으며 그곳에서 부상자들이 바닥에 누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보건 종사자가 머리에 붕대를 감은 어린 소년의 부상을 살피고 있었고 피 묻은 팔에 붕대를 감은 어린 소녀가 울고 있었다고 한다.

<AP>는 가자지구에서 일하는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직원 로살리아 볼렌이 이날 새벽 2시 "매우 큰 폭발음"에 자다 깼고 라파에 위치한 유니세프 거점이 "아주 심하게 흔들렸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와 구급차 소리"가 들렸고 "폭격이 밤새 계속됐다"고 말했다. 또 폭격이 이주민이 머무는 건물과 천막을 강타했다며 "오늘 아침까지 적어도 수십 명의 어린이가 사망한 것을 보고 있다"고 했다.

<로이터>는 이날 가자시티 자택이 폭격 당해 손자녀 등 가족들과 함께 숨진 하마스 정치국 고위 간부 모하마드 알즈마시를 포함해 최소 5명의 하마스 고위 간부와 가족들 또한 사망했다고 하마스 소식통 및 친척을 인용해 덧붙였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공격을 비판하고 공습은 남은 인질에 대한 "사형 선고"와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AP>에 따르면 18일 오전 하마스 정치국 위원 이자트 알리셰크는 성명을 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극우 연정을 구하기 위해 전쟁을 재개했다고 비판하고 "전쟁에 복귀하는 네타냐후의 결정은 점령군(이스라엘) 포로를 희생시키는 결정이며 이들에 대한 사형 선고"라고 밝혔다. 그는 1월 체결한 휴전 협정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이스라엘이라며 중재자들을 향해 누가 합의를 깼는지 "사실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하마스 간부인 타헤르 누누는 "국제사회가 점령군(이스라엘)이 저지른 범죄 재발을 허용할 것인지 가자지구의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전쟁과 침략을 끝내는 약속을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도덕적 시험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은 정부의 전쟁 재개 결정에 "충격"을 표했다. <AP>에 따르면 인질 가족을 대표하는 단체 인질가족포럼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스라엘 정부가 "인질을 포기하는 것을 선택했다"며 "군사적 압력은 인질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정부에 왜 전쟁 종식을 조건으로 한 인질 석방 "합의에서 물러났는가"라고 질문하며 "우리는 끔찍한 하마스 인질 상태에서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을 돌려받는 과정이 의도적으로 해체된 데 대해 충격 받고 분노하며 겁에 질렸다"고 호소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1단계 휴전 기간은 연장에 합의하지 못한 채 지난 1일 만료됐지만 이후 약 2주간 본격적 공격을 자제하고 전투 중단을 위태롭게 이어왔다. 다만 이스라엘은 휴전 기간 만료 직후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품 반입을 봉쇄했다. 1단계 휴전 기간 동안 가자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인 인질 33명과 태국인 인질 5명, 이스라엘이 가둔 팔레스타인 수감자 1900명이 풀려났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인 지난 1월19일 가자지구 휴전에 합의해 트럼프 대통령에 선물을 안겼지만, 1단계 휴전 시작 16일째인 지난달 초 영구 종전을 논의하는 2단계 휴전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를 미룬 채 1단계 휴전이 끝날 때까지 이를 시작하지 않았다. 네타냐후 연정을 무너뜨릴 수 있는 극우는 영구 종전에 반대하고 전투 재개를 주장해 왔다.

이스라엘은 지난 2일 윗코프 특사 제안이라며 2단계 휴전이 아닌 인질 교환이 중점인 1단계 휴전을 연장할 것을 하마스에 요구했다. 하마스는 합의대로 2단계 휴전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해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이었다.

2023년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습격해 1200명을 죽이고 240명 이상을 납치한 뒤 시작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4만8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무한나드 하디 유엔 인도주의 조정관은 18일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격 재개는 "비양심적"이라며 "즉시 휴전을 복구할 것"을 촉구했다.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 재개 뒤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한 병원에서 다친 팔레스타인인들이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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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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