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굉음 같았다", "저공 비행기·MRI 기계 소리"
군사전문가 "음파 대포 사용 가능성"…부치치 "사악한 거짓말"
세르비아 시위 진압 경찰 |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세르비아에서 지난 주말 열린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 경찰이 시위 군중을 향해 '음파 무기'를 사용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AP 통신과 영국 BBC에 따르면 지난 15일 저녁 수도 베오그라드에 집결한 시위대는 지난해 11월 기차역 지붕 붕괴 사고 희생자 15명을 추모하며 15분간 묵념했다.
이때 갑자기 크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면서 숙연했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사람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 우왕좌왕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 모습은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현장에 있던 BBC 기자가 취재한 목격자들은 모두 이 소음을 들었다고 증언했지만 위치에 따라 강도가 달랐다고 말했다.
시위 참가자 이반 바시치(43) 씨는 "그랑프리(GP) 출발선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며 "이후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아내는 밤늦도록 심한 두통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레라 스레도예비치(37) 씨는 "정말 끔찍한 소리였다. 너무 강렬해서 마치 무언가가 머리 위로 곧 추락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정말 무서웠다. 불과 1분도 안 되는 순간이었지만 마치 영원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대규모 반정부 시위 |
군사 분석가 알렉산다르 라디치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경찰이 '음향 대포'로 불리는 장거리음향장치(Long Range Acoustic Device·LRAD)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음향 대포는 최장 500m 거리에서 150㏈ 안팎의 강력한 음파를 쏘는 장치다. 이 음파를 맞으면 고막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구토, 어지러움 등 증상이 나타난다.
AP 통신은 세르비아 당국이 약 2년 전 시위 진압용으로 LARD를 도입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지난 15일 집회에서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연설에서 "사악한 거짓말"이라며 "해외에서 이 무기를 본 적이 있는데 강력하고 날카로운 소리를 방출한다. 하지만 그런 소리는 토요일 밤 베오그라드 거리에서 들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관련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런 악의적인 거짓말을 퍼뜨린 자들도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세르비아에선 지난해 11월 제2 도시 노비사드의 기차역에서 중국 국영기업 컨소시엄이 보수한 콘크리트 건축물이 무너져 15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진 것을 계기로 부정부패와 정부의 실정에 대한 불만이 폭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4개월 넘게 계속된 시위는 최근 부치치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인 농촌 지역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 |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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