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이슈 국방과 무기

세르비아 반정부 시위서 '음파 무기' 의혹…당국은 부인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F1 굉음 같았다", "저공 비행기·MRI 기계 소리"

군사전문가 "음파 대포 사용 가능성"…부치치 "사악한 거짓말"

연합뉴스

세르비아 시위 진압 경찰
(베오그라드 A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린 가운데 시위 진압 경찰이 의회의사당 주변 지역을 봉쇄하고 있다. 2025.03.15 photo@yna.co.kr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세르비아에서 지난 주말 열린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 경찰이 시위 군중을 향해 '음파 무기'를 사용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AP 통신과 영국 BBC에 따르면 지난 15일 저녁 수도 베오그라드에 집결한 시위대는 지난해 11월 기차역 지붕 붕괴 사고 희생자 15명을 추모하며 15분간 묵념했다.

이때 갑자기 크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면서 숙연했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사람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 우왕좌왕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 모습은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현장에 있던 BBC 기자가 취재한 목격자들은 모두 이 소음을 들었다고 증언했지만 위치에 따라 강도가 달랐다고 말했다.

어떤 이들은 그 소리가 F1 경주의 굉음과 비슷하다고 했고, 또 다른 사람들은 저공 비행하는 비행기 소리 혹은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기계 소리와 같았다고 묘사했다.

시위 참가자 이반 바시치(43) 씨는 "그랑프리(GP) 출발선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며 "이후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아내는 밤늦도록 심한 두통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들은 어지럼증과 유사한 증상을 경험했다고 했다.

레라 스레도예비치(37) 씨는 "정말 끔찍한 소리였다. 너무 강렬해서 마치 무언가가 머리 위로 곧 추락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정말 무서웠다. 불과 1분도 안 되는 순간이었지만 마치 영원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대규모 반정부 시위
(베오그라드 로이터=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진행 중인 모습. 2025.03.15 photo@yna.co.kr


군사 분석가 알렉산다르 라디치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경찰이 '음향 대포'로 불리는 장거리음향장치(Long Range Acoustic Device·LRAD)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음향 대포는 최장 500m 거리에서 150㏈ 안팎의 강력한 음파를 쏘는 장치다. 이 음파를 맞으면 고막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구토, 어지러움 등 증상이 나타난다.

야권은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유엔, 유럽평의회,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 국제기구에 독립적인 조사를 요청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지 독립 채널 N1에 따르면 이 청원에 전날 오전까지 50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AP 통신은 세르비아 당국이 약 2년 전 시위 진압용으로 LARD를 도입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지난 15일 집회에서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연설에서 "사악한 거짓말"이라며 "해외에서 이 무기를 본 적이 있는데 강력하고 날카로운 소리를 방출한다. 하지만 그런 소리는 토요일 밤 베오그라드 거리에서 들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관련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런 악의적인 거짓말을 퍼뜨린 자들도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 15일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는 경찰 추산 10만명, 민간 단체 추산 30만명 이상이 참가했다. 현지 독립 언론은 세르비아 역사상 최대 규모 시위였다고 보도했다.

세르비아에선 지난해 11월 제2 도시 노비사드의 기차역에서 중국 국영기업 컨소시엄이 보수한 콘크리트 건축물이 무너져 15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진 것을 계기로 부정부패와 정부의 실정에 대한 불만이 폭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4개월 넘게 계속된 시위는 최근 부치치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인 농촌 지역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changyo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