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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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관련 연구소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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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누굴까?"

연초마다 올해는 어떤 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받거나 상장폐지 위기에 처할지 주식시장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된다. 올해도 올리패스 등 일부 기업이 매출액 요건 등 상장유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상장폐지 리스크(위험)는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 한국거래소가 '좀비기업'을 신속하게 증시에서 퇴출하기 위해 시가총액과 매출액 등 상장유지 재무 요건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바이오 기업들은 당황했다. 그동안 꾸준히 상장폐지 재무 요건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오히려 문턱이 높아졌다. 코스닥 상장 기업은 2029년부터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현재 기준은 30억원이다.

상장유지 재무 요건 강화는 바이오에 특히 심각한 문제다. 신약을 개발하느라 매출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이 적지 않다. 신약 개발은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는 지난한 작업이다.

그래서 국내 바이오 기업은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 본업 외 분야로 한눈을 판다. 매출액 요건을 갖추기 위해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사업 등에 진출하는 바이오가 한둘이 아니다.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무리한 인수합병(M&A)이 독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이 매출 기반을 확보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매출액 미달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을 5년간 유예받는다. 5년이 지나도록 매출액 30억원을 달성하지 못한 기업은 스스로 사업에 문제가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비상장 바이오의 기업공개(IPO)가 섣부른 게 아니냔 지적도 생각해볼 문제다. 신약 개발 바이오의 IPO는 연구 성과나 상업화가 기대되는 시점에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국내 여러 바이오는 비상장 시절 투자받은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VC)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 IPO를 진행한다.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온다. 상장유지 재무 요건은 강화됐지만, 시가총액 600억원이란 완충장치가 생겼다. 연간 매출액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시총 600억원 이상이면 상장폐지 당하지 않는다.

일부 바이오 기업 사이에선 시총 600억원이 그리 쉽게 넘을 수 있는 허들이 아니란 하소연도 나온다. 물론 시총 600억원은 거시경제나 주식시장 분위기에 따라 부담스러울 수 있는 기준이다.

하지만 IPO를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프로'다. 마땅한 매출 수단도 없이 연구개발에 투자한다고 수년간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반복하며 연명하는 기업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매년 내가 투자한 바이오가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투자자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우리 바이오 기업들이 시총 600억원 기준을 기회로 삼길 바란다. 국내외 투자자와 진솔하게 소통하며 주요 파이프라인의 가치와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공유한다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시총 600억원 이상을 유지한다면 본업과 상관없는 사업으로 무리해서 진출할 필요가 없다. 이제 상장기업의 책무인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는 동시에 신약 개발이란 본업에 집중할 때다.




김도윤 기자 justi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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