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수 연세오케이병원 원장(척추센터장)이 양방향 내시경 척추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연세오케이병원 |
하지수 연세오케이병원 원장(척추센터장)은 의대에 입학한 뒤 처음 산 책이 '척추학 교과서'다. 일반 대학생과 다를 바 없는 예과생이지만 '척추를 보는 의사'는 그에게 오래된 꿈이었다. 하 원장은 "해부학적으로 유연한 S자 굴곡에도 전신을 오롯이 지탱하는 '하나뿐인 기둥'은 그 자체가 과학 ·공학·예술의 종합체 같았다"고 떠올렸다.
초기에는 척추측만증과 같은 대(大)수술에 매력을 느꼈다. 메스로 피부를 절개한 뒤 눈으로 틀어진 척추를 맞추는 고식적인 방법은 당시만 해도 '대세'였다. "Big surgeon, big incision", 훌륭한 외과 의사는 크게 연다는 말이 '격언'처럼 전해 내려왔다. 복잡하고 위험한 척추 수술에서 크게 절제해 넓은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는 믿음은 '불문율'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하 원장은 2010년대 중반, 선배로부터 양방향 내시경 척추 수술을 처음 접한 뒤 이런 관행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당시 척추 수술은 내시경으로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던 시기였다. 2000년대 초 우리나라 엄진화·손상규 박사가 도입해 발전시킨 양방향 내시경 척추 수술도 그중 하나였다. 회복이 빠르고, 통증과 흉터가 크게 남지 않아 환자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며 의사들 사이에서 관심이 커지던 때였다.
양방향 내시경 척추 수술을 집도하는 하지수 원장./사진=연세오케이병원 |
지금은 내시경 척추 수술이 주류를 이루지만, 초기에 이를 선택하는 것은 의사 입장에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초기 하 원장도 이를 관심 있게 지켜보며 관련 논문을 읽고, 독학으로 술기를 익혔다. "환자에게 좋다"는 확신이 들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수 표' 양방향 내시경 척추 수술의 첫 환자는 척추관협착증을 앓고 있던 그의 삼촌이었다. 척추관협착증을 앓던 그의 어머니도 양방향 내시경술로 치료했다. 하 원장은 "의사인 나 역시 만약 수술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양방향 내시경을 택할 것"이라며 "4000건이 넘는 수술을 집도하며 환자에게 혜택이 큰 치료법이란 믿음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하지수 연세오케이병원 원장(사진 오른쪽 두번째)이 미국과 국내 의료진에게 양방향 내시경 수술법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연세오케이병원 |
둘째, 적응증이 넓다. 한쪽에 1㎝ 정도의 구멍을 뚫어 내시경과 수술기구를 넣는 걸 '단방향' 내시경 척추 수술이라 하는데, 이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복잡한 수술도 양방향으로는 가능하다. 하 원장은 "척추를 고정하는 유합술이나 재수술과 같은 고난이도 수술을 비롯해 대부분의 척추 수술이 양방향 내시경술로도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환자 친화적이다. 2020년 척추 6~7개 마디가 고장 나 걷기조차 어려운 96세 환자도 양방향 내시경 수술 후 하루 만에 스스로 걸었다고 한다. 피부를 덜 째 통증이 적고 치료 과정 내내 식염수로 환부를 세척하는 것이 감염 관리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오래 누울수록 쇠약해지는 노인에게는 빠른 재활이 건강과 직결된다. 하 원장은 "척추 수술 후 회복 기간을 최소 1~2주 정도 잡았지만, 이제는 일주일이면 충분하고 상태가 양호하면 3~4일 후에도 퇴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수 연세오케이병원 원장./사진=연세오케이병원 |
하 원장은 강동성심병원, 분당서울대병원을 거쳐 2022년 의정부 오케이병원으로 터를 옮겼다. 한희돈 병원장은 "해마다 치료의 난도가 높은 환자가 늘어나면서 완성도를 높일 방안을 고민했다"며 "그 끝에 우수한 실력자를 영입하는 것이 최선이라 판단했고, 그것이 하지수 원장"이라 말했다. 이후 의정부는 미국, 러시아, 인도, 태국 등 전 세계에서 수많은 의사가 교육을 받기 위해 직접 찾아오는 '척추 메카'가 됐다. 하지수 원장은 "양방향 내시경 척추 수술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도구다. 고령층도 더는 척추 수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환자에게 더 큰 혜택을 주기 위해 인공지능(AI)·3D·로봇 분야 도입을 통해 양방향 내시경술을 더욱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 하지수 원장은…
전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한림대 의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교과서에 양방향 척추 수술법 분야 집필에 참여한 데 이어, 2022년에는 세계 최대 척추학회인 북미척추학회(NASS)의 초청으로 양방향 내시경 척추 수술을 강의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척추 의사'다. 그가 2017년 주도적으로 참여한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 위한 국제학회(The World UBE society)는 전 세계 의료진 400명 이상이 회원으로 등록됐고 매년 열리는 학회에 200명 이상이 참석한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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