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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일)

"정의롭지 못해" 교수들 꾸짖자…"젊은 의사 악마화" 날 세운 전공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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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사직 전공의 등 참석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의무·수의 장교의 선발 및 입영에 관한 훈령 개정안 반대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2.22. hwang@newsis.com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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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전공의들이 최근 제자들을 향해 입장문을 낸 서울의대 교수 4인을 겨냥해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정당한 항의를 이기심으로 매도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앞서 17일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소속 하은진 신경외과·중환자의학과 교수, 오주환 국제보건정책 교수, 한세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강희경 소아청소년과 교수 등 4인은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현재의 투쟁 방식과 목표는, 정의롭지도 않고, 사회를 설득할 수도 없어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지속되면서 우리는 여러분들에게 실망하고, 절망하고 있다"면서 "메디스태프, 의료 관련 기사 댓글, 박단의 페이스북 글들 안에 환자에 대한 책임도, 동료에 대한 존중도, 전문가로서의 품격도 찾아볼 수 없는 말들이 넘쳐 나 내가 알던 제자, 후배들이 맞는가, 우리의 제자, 후배가 있을까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1일 성명서를 통해 "3월 17일, 우리는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입대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대한민국의 의료가 돌이킬 수 없는 변곡점을 지나가고 있음에 깊은 절망을 느꼈다"면서도 "하지만 같은 날 강희경·오주환·하은진·한세원 등 네 분의 교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현 사태의 책임을 전적으로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돌리는 서신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교수님들의 글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년 넘는 기간 동안 희생한 젊은 의사들의 노력을 철저히 폄훼했다"고 분개했다.

해당 교수들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전공의들이 '노동 시간과 월급'만 이야기한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비대위는 "우리는 단 한 번도 의사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 한 적이 없다"며 "우리는 제대로 수련받고, 환자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며 의사로서의 전문성을 함양할 수 있는 수련 환경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또 "정당한 의료 행위를 했는데도 단지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소송당할까 두려워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젊은 의사들이 환자를 살리는 과를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현실을 개선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강희경(왼쪽)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하은진 서울대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가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임상의료정책연구회 주최로 열린 '더 나은 의료체계를 위해' 심포지엄에서 발제를 경청하고 있다. 강 교수와 하 교수를 비롯한 오주환, 한세원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교수는 지난 17일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 이제는 결정할 때입니다'라는 성명을 내며 전공의들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2025.03.20. yesphoto@newsis.com /사진=홍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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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는 "이런 요구와 노력이 오만하고 무책임한 행동으로 매도당하는 현실에 깊은 분노를 느낀다"며 "일부의 극단적인 행동을 마치 전체 전공의와 의대생의 모습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 설령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미 많은 언론에서 해당 서신을 연일 보도하며 젊은 의사 전체에 대한 악마화에 일조하고 있고, 교수님들께서는 결국 이를 촉발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교수 4인방의 입장문에선 "솔직히 정맥주사 같은 술기를 간호사와 응급구조사에게 배우지 않았느냐"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전공의들은 "그 대목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의대 교수는 학생과 전공의를 가르치는 게 업(業)이며, 교수가 아닌 타 직역에게 기본적인 술기를 배우도록 방치한 현실은 오히려 교수님들께서 되짚어봐야 할 부분"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들은 '현재 우리나라 의료가 붕괴한 책임은 결코 전공의와 학생들에게만 있지 않다'고 했다. 비대위는 "잘못된 정책과 그것을 무책임하게 방치한 정부, 이를 바로잡지 못한 기성 의사 세대 모두의 책임"이라며 "그런데도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젊은 의사들의 순수한 노력과 희생을 왜곡하고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행동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해당 입장문에 이름을 올린 교수 가운데 강희경 교수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3기 비대위원장을 최근까지 역임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들은 "강희경 교수님을 비대위원장으로 인정하고, 비록 대화가 쉽지 않고 여러 갈등이 있었음에도 사태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려 노력해 왔다"면서도 "그러나 중요한 기점마다 저희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교수님들의 돌발적인 행동이 반복되며, 젊은 의사들과 교수님들과의 갈등을 조장하고 사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우리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3기 교수 비대위가 활동을 종료한 현시점에서 교수님 네 분의 의견을 더 이상 서울대병원 전체 교수님들의 뜻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지금 필요한 건 상호 비방이 아닌, 현 사태 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도 대한민국 의료의 지속 가능한 미래와 발전을 위해 끝까지 우리의 방식대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면서 "더는 교수님들께서 전면에 나서 저희의 노력을 폄훼하지 말고, 그저 멀리서 지켜보며 응원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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