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출석해 억류 중 구타 증언…석방 시 44㎏에 불과
하루에 빵 한조각으로 버텨…"하마스가 구호품 훔쳐먹었다" 주장
이스라엘 전투 재개에는 비판 여론 비등
20일 유엔 안보리에 출석해 억류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는 이스라엘 인질 엘리 샤라비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유엔은 어디에 있었나, 적십자는, 국제 사회는 도대체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됐다 491일 만에 풀려난 이스라엘 인질 엘리 샤라비는 20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출석해 이렇게 부르짖었다.
샤라비는 지난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인질로 잡혀갔다.
샤라비의 부인과 큰딸, 작은딸은 다른 1천200여명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샤라비는 하마스가 인질들에게 하루에 피타 빵 한조각과 차 한 모금만 줬다고 말했다. 가끔은 마른 대추야자 한 알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유엔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위해 인도주의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구호품은 하마스의 손에 들어간다는 주장인 셈이다.
1년 이상 굶주렸던 샤라비는 풀려날 당시 몸무게가 44㎏밖에 안 됐다.
그는 인질 교환으로 석방될 당시 뼈만 남은 앙상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서 감사 연설을 하도록 하마스에 의해 강요받기도 했다.
그러나 남아있는 인질들의 석방은 더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이스라엘이 지난 18일 하마스가 휴전 협상 제안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전투 복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이후로 연일 대규모 공습을 퍼부었고 지상 작전도 재개했다.
2월 8일 석방 당시 하마스에 의해 공개적으로 감사 연설을 하도록 강요받은 이스라엘 인질 엘리 샤라비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국제사회는 샤라비의 절규 섞인 호소에는 공감하면서도 이스라엘의 전투 재개는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제임스 카리우키 유엔 주재 영국 차석대사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이라며 "하마스는 자신들의 야비한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카리우키 차석대사는 그러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선 데 대해서는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영국은 가자지구에 대한 신속한 원조 재개와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수감자에 대한 성폭력 의혹 조사, 휴전협정으로의 복귀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도 "샤라비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찼다"고 공감을 표했지만, 이스라엘 군과 정치지도자들이 전쟁 쪽을 선택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는 미래를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아랍권의 유일한 이사국인 알제리의 아마르 벤자마 주유엔 대사도 "어떠한 민간인도 고통을 겪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이스라엘이 국제법에서 유리한 점만 빼먹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리야드 만수르 주유엔 팔레스타인 대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고통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가 겪은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며 샤라비에게 위로를 전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해 지난 2일부터 가자지구로의 구호품 반입을 막았고 전기 공급마저 끊었다.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국제적십자위원회의 접근도 차단했다.
18일 공습을 재개한 이후로는 가자지구의 사상자 수도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이스라엘은 국제사회는 물론 끝없는 전쟁에 지친 내부의 반발에도 직면해있다.
eshiny@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