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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5 (화)

엔비디아 GTC, 성장 우려 해소할 한방이 없었다[오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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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엔비디아의 'GPU(그래픽 처리장치) 테크놀로지 컨퍼런스(GTC)'가 21일(현지시간) 막을 내린다.

GTC는 그간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AI(인공지능) 수혜주에 상승 촉매가 돼 왔지만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이번 GTC는 엔비디아 투자자들로선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머니투데이

엔비디아 최근 3개월간 주가 추이/그래픽=이지혜



엔비디아 주가가 GTC 개막 당일인 지난 17일 1.8% 하락하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이 있었던 18일엔 3.4% 급락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19일과 20일엔 1.8%와 0.9% 반등했지만 지난 17일부터 GTC 기간 4일 동안 총 2.6% 하락했다.

황은 지난 18일 기조연설에서 투자자들의 예상 범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냈다. 그는 현재 블랙웰 칩보다 성능이 더 좋은 블랙웰 울트라와 내년 말 출시될 차세대 AI 칩인 베라 루빈에 대해 많은 세부 사항을 공개했다.

또 향후 3년간의 제품 로드맵을 제시하며 2026년에 베라 루빈, 2027년엔 루빈의 성능을 더 향상시킨 루빈 울트라, 2008년엔 파인먼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AI 칩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투자자들의 귀를 사로잡은 황의 발언은 엔비디아의 AI 사업인 데이터센터 매출액이 2028년에는 1조달러를 달성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중국 AI 스타트업인 딥시크가 저비용의 추론 AI 모델 R1을 선보이며 AI 모델 개발에 값비싼 AI 칩이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데 대해서도 황은 "추론 AI 모델의 등장으로 이전보다 100배 더 많은 컴퓨팅 역량이 필요해졌다"며 일축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인 스테이시 라스곤은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최근 몇 주 동안 AI 수혜주에 대한 심리가 전반적으로 다소 약화됐지만 (황의 기조연설에서) 현재 (AI) 수요 환경이 견고하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엔비디아의 입지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엔비디아에 '시장수익률 상회' 의견을 유지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비벡 아리아는 딥시크의 저비용 AI 모델이 공개된 후 AI 칩 시장의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딥시크의 R1 등 최근 나오는) 추론 AI 모델에는 100배 더 많은 컴퓨팅 역량이 필요하다"며 "(시장 축소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엔비디아에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시노버스 트러스트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댄 모건은 "거시 경제에 대한 우려, 중국 수출에 대한 추가 규제 가능성, 관세 영향, 딥시크(로 인한 수요 둔화) 공포, 프론티어 모델 확장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안" 등이 여전하지만 엔비디아의 강력한 제품 사이클이 이러한 우려를 상쇄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애널리스트들의 긍정적인 반응과 달리 벤치마크의 애널리스트인 코디 아크리는 "황의 기조연설에 대한 투자자들의 태도는 다소 무기력하게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황의 기조연설이 "전반적으로 예상했던 대로 진행됐고" 걱정할 만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며 엔비디아에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하지만 황의 기조연설이 "예상했던 대로 진행"되며 최근 엔비디아의 주가 하락을 반전시킬 만한 '서프라이즈'(놀라움)가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2월26일 실적 발표 이후 지난 20일까지 약 한달간 9.7% 하락했는데 이 역시 실적에 '서프라이즈'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엔비디아는 지난 분기 실적과 이번 분기 실적 가이던스가 모두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지만 예상했던 수준의 실적 호조였다.

투자자들이 엔비디아에 기대하는 '서프라이즈'는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를 뒤집어 놓을 만한 치트키(cheat key)다. 엔비디아는 올해 매출액 성장률이 57%로 전망된다. 놀랄만한 성장세지만 지난해에는 매출액이 두 배 이상 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수준이다.

엔비디아가 GTC에서 더 빠르고 더 뛰어난 AI 칩을 선보이는 패턴을 반복하는데 대해서도 투자자들은 다소 지루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투자자들의 초점은 더 빠르고 더 뛰어난 AI 칩을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기술기업들이 지금까지처럼 대규모로 계속 구매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D.A. 데이비슨의 애널리스트인 질 루리아는 "엔비디아는 블랙웰 울트라를 발표하는 등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우수한 AI 칩을 제공하는데 집중하면서 산업 전반에 걸쳐 성장 기회를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는 향후 기대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엔비디아는 강세 내러티브를 뒷받침하기 위해 추론 모델 토큰 경제학에 점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는데 시장 규모를 설정하는 엔비디아의 이 같은 방식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루리아가 언급한 토큰 경제학이란 AI 클라우드 서비스가 소비되고 산출된 토큰의 수로 평가되고 토큰의 입출력에 기반해 가격이 책정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토큰이란 큰 정보 덩어리를 분해해 얻은 작은 데이터 조각을 말한다. 미래의 성장이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처리하는데 주로 의존하고 있다면 투자자들은 언젠가 한계가 오지 않을까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루리아는 또 "딥시크는 엔비디아의 구형 칩인 H800 2224개에 불과한 인프라로 오픈AI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용량을 제공하고 있다"며 "시스템에서 이 정도의 효율성을 끌어내는 연구소는 거의 없지만 딥시크가 알고리즘과 저장소를 오픈 소싱하는 만큼 다른 프론티어 연구소에서도 상당한 효율성을 얻을 수 있는 문이 열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엔비디아에 '중립' 의견을 유지했지만 AI 수혜주에 대한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졌다며 목표주가는 135달러에서 125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한편, 21일엔 미국 증시에 특별한 일정이 예정돼 있지 않다. 다만 이날은 주가지수 선물, 주가지수 옵션, 개별 주식 옵션의 만기가 동시에 겹치는 트리플 위칭데이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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