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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숨도 안자고 공부할거야”...시험전날 벼락치기, 오히려 효율은 꽝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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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한다는 착각 / 차란 란가나스 지음 / 김승욱 옮김 / 김영사 펴냄


영화 ‘인사이드 아웃2’의 한 장면. [사진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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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감정을 기쁨·슬픔·분노 등으로 캐릭터화해 보여준 디즈니의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는 기억에 관한 흥미로운 설정이 등장한다. 인간이 자는 동안 그날 있었던 일들이 기억 구슬로 형성돼 저장 혹은 폐기되고, 그중 정말 즐겁거나 슬펐던 의미 있는 기억은 ‘핵심 기억’(코어 메모리)으로 따로 분류돼 인격을 구성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실제 뇌의 작동 방식과 비교하면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25년 넘게 기억의 작동 방식을 연구해온 심리학·신경과학 교수인 저자는 기억이 컴퓨터에 사진·동영상 내려받듯 저장·재생되는 게 아니라 훨씬 유동적인 형태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가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경험의 조각들을 재구성, 즉 지어낸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억을 떠올릴 때와 상상할 때 뇌에서 활성화되는 부위도 같다. 아예 없는 걸 만들어내는 것과는 다르겠지만, 그렇다고 기억이 변하지 않을 것이란 전제 자체도 틀렸다는 얘기다. 기억은 애초에 진실이거나 거짓일 수 없고, 본질적으로 ‘상상력이 가미된 재구축’이다. 저자는 “기억 갱신의 촉매는 바로 기억을 떠올리는 행위 자체”라고 설명한다.

매일경제

기억한다는 착각


기억이 이렇게나 취약하다니 놀랍지만, 이렇게 진화함으로써 인간은 변화에 적응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또 정보를 효율적으로 도식화해 처리하는 방식이 때로 반복적이거나 맥락이 없는 일을 쉽게 잊게 만들지만, 한편으론 많은 정보를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기억의 작동방식을 이해하면 학습 능력도 높일 수 있다. 우리 뇌는 예상치 못한 정보에 호기심을 느끼고 우선순위를 둔다. 이미 알고 있는 것, 익숙한 것과 새로운 정보 사이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정보 격차를 해소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억 역시 강화되고 오래 남는다. 호기심이 충족되면 뇌는 도파민을 분비하고, 이는 다시 학습 의욕을 불타오르게 한다. 즉 어떤 내용을 학습할 때 수동적인 반복 암기보다는 직접 부딪쳐서 오답도 내보고 실수도 해보는 게 도움이 된다.

저자는 기억력과 수면의 관계도 강조한다. 잠자는 시간은 곧 뇌가 기억될 만한 일을 정리·보관하는 시간이다. 그러니 시험 전날 벼락치기로 잠을 줄이는 것보다는 밤이든 낮이든 깊은 잠을 통해 휴식을 취하는 것이 뇌의 학습 효과에는 더 도움이 된다는 것도 입증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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