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발생한 경남 산청군 산불이 23일 오후 현재까지 사흘째 번지고 있다. 23일 오전에는 안개와 연기가 앞을 가려 소방헬기를 이용한 산불 진화 작업을 할 수 없었다. 최상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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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11시30분 산불 대응 ‘3단계'가 발령된 경남 산청군 시천면. 현장에 건조주의보가 발령된 상황에서 초속 10~15m의 강한 바람이 불면서 불길이 빠르게 번졌다. 꺼진 불에서 불씨가 살아남아 다시 불길이 치솟기를 반복했다.
산청군에서 발생한 산불을 끄기 위해 창녕군에서 지원 왔던 산불진화대원 8명이 불길을 헤치고 들어갔다. 녹지직 공무원인 강아무개(33)씨가 이들을 인솔했다. 강씨는 2021년 10월 창녕군 소속 지방공무원이 됐고, 경남도 공무원이 되기 위해 전입시험을 치고 오는 28일 나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일반적으로 산불 진화 작업은 소방헬기가 공중에서 물을 뿌려 큰불을 잡으면, 산불진화대원들이 물통·갈고리 등 개인장비로 잔불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22일에도 이들은 산 중턱에서 잔불 정리 작업을 하다가 불길 속에 갇혔다. 정확한 사고 경위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갑자기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사그라들었던 불길이 다시 치솟는 바람에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한다.
오후 2시51분 산림청을 통해 구조 요청을 받은 산청소방서는 긴급출동해 오후 3시10분께 3명, 오후 3시30분께 2명을 발견해 구조했다. 이들은 화상을 당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공아무개(60)·황아무개(63)씨는 오후 3시53분 임도에서 100m가량 떨어진 숲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수색 작업을 벌여 이날 저녁 8시10분 이아무개(64)씨와 강씨를 발견했으나, 이들 역시 이미 숨진 상태였다. 이들은 산불 진화용 1t 트럭 2대에 나눠 타고 출동했는데, 1대는 완전히 불탄 채 발견됐다.
산불진화대원이 진화 작업 중 숨진 것은 2023년 3월 경남 하동 산불 이후 2년 만이지만, 산청 산불처럼 여러명이 목숨을 잃은 것은 1996년 4월 경기도 동두천 산불 이후 29년 만이다. 당시 산림계장과 공익근무요원 6명 등 7명이 숨졌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이들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출동 경위, 사고 당시 진화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사망 원인이 비교적 명확해 주검을 부검하지 않고 유족에게 인도했다”고 말했다.
창녕군은 창녕 전문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하고, 23일 오후 산청장례식장에 임시 안치돼 있던 4명의 주검을 운구했다. 또 창녕군은 창녕군민체육관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24~27일 나흘 동안 운영한다. 이들을 애도하기 위해 창녕군은 27일까지 예정된 모든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
지난 21일 오후 3시25분께 발생한 산청 산불이 계속 번지자 창녕군 등 인근 지방자치단체들은 광역 산불진화대원들을 현장에 파견했다. 모든 기초지자체는 산불 조심 기간인 10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7개월 동안 활동하는 기간제 근로자를 뽑아 광역·일반 산불진화대원을 운영한다. 일반 산불진화대원은 해당 지역에서만 활동하고, 광역 산불진화대원은 큰불이 났을 때 다른 지역까지 파견을 간다. 경남에는 일반 600명, 광역 400명 등 1천여명의 산불진화대원이 있다. 체력시험을 통과한 60대 남성이 대부분이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23일 긴급담화문을 내어 “산불 진화 중 순직하신 네분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나 한 사람이 놓친 한순간의 방심이 지역사회를 넘어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엄중한 시기다. 한분 한분의 각별한 관심과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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