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시장 에크렘 이마모을루가 지난해 3월30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시장 선거에서 지지자들 앞에 나서서 연설하고 있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주요 정치적 경쟁자이며 지난 19일 아침 부패와 테러단체 지원 혐의로 체포됐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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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정부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맞수로 떠오른 이스탄불 시장을 전격 체포하자, 이를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10년 만에 최대 규모로 열리고 있다.
에크렘 이마모을루(54) 이스탄불 시장이 지난 19일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체포된 이후 튀르키예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가 22일까지 나흘째 열렸다. 21일 밤 이스탄불에서 시위에 나선 사람만 30만여명으로 추정된다고 유피아이(UPI) 통신은 전했다. 튀르키예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는 등 강경 진압하고 있고, 21일 밤에만 전국에서 343명을 체포했다. 이 정도 규모의 시위는 거의 10년 만이라고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시위는 날로 확산돼 전국 81개주 중 절반 이상에서 열리고 있다.
튀르키예 검찰은 이마모을루 시장이 테러 조직으로 지정된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지원했으며 지난해 3월 지방선거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성명을 내어 “내 평판과 신뢰를 깎아내리기 위한 것”이라며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부인했다. 이스탄불 법원은 23일 이마모을루 시장의 구금을 연장하기로 했다.
튀르키예 시민들이 이마모을루 시장의 체포에 격렬히 항의하는 이유는 그가 2003년 3월부터 지금까지 22년 넘게 집권하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맞설 유력한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사업가 출신인 그는 2019년 3월 튀르키예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여당인 정의개발당(AKP) 후보를 꺾고 당선돼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충격을 안겼다. 선거는 무효가 됐지만 같은 해 6월 열린 선거에서 다시 당선됐다. 지난해 선거에서도 재선됐다. 그는 당내 경선을 앞둔 튀르키예 최대 야당 공화인민당(CHP)의 유력 대선 주자로, 오는 2028년 열릴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맞설 유력 후보로 꼽힌다.
그는 공화인민당이 대통령 후보 경선을 치르기 며칠 전 갑자기 체포됐으며, 체포 전날 그가 졸업한 이스탄불 대학교는 별안간 그의 학위증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튀르키예는 법률상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만 대통령이 될 수 있어 학위가 취소될 경우 대통령 출마 자격을 얻지 못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이 속한 정의개발당 이스탄불 지부 만찬에서 “이마모을루 시장이 속한 공화인민당이 평화를 교란하고 우리 국민을 양극화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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