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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표적관세’ 예고... ‘美 무역적자 8위’ 한국도 포함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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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일 특정국가들 부과 예고

22일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주최 남자 레슬링 대회를 참관했다. 트럼프는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다음 달 2일 발표하는 상호관세에 예외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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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2일 전 세계 국가를 상대로 예고한 상호 관세와 관련해 모든 나라에 전방위적인 관세 조치를 시행하기보다 무역 적자 규모가 큰 국가를 중심으로 표적화된 관세를 먼저 발표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가 22일 보도했다. 한국은 미국의 무역 적자국 8위(2024년 기준)에 올라 있다. 한국 정부는 상호 관세 조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보고 미국과의 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트럼프는 지난 21일 “예외는 없다”는 상호 관세 방침을 밝히면서도 이후 협상을 진행해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예고한 상호 관세는 관세뿐 아니라 검역·보조금 등 비관세 장벽을 아우르는 교역 상대국의 무역 장벽 수준을 파악해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관세를 매기겠다는 방안을 뜻한다. 블룸버그는 백악관 관계자와 트럼프 측근들을 인용해 “트럼프가 상호 관세에 선별적으로 접근할 경우 어떤 국가들이 포함될지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유럽연합(EU)·멕시코·일본·한국·캐나다·인도·중국 등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모두 미국의 10대 무역 적자국에 포함된 나라들이다.

한국 정부 또한 다음 달 2일 미국의 상호 관세 대상국에 포함되는 상황에 대비 중이라고 알려졌다. 미국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1일 워싱턴 DC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대부분의 국가가 관세 조치의 영향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한 대응은 단판 승부가 아닌 만큼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을 지속적으로 축소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일단 상호 관세 조치 부과 내용을 본 후 추후 피해를 줄이기 위한 미국과의 추가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진영


◇美 무역적자 8위가 한국… 정부 “단판승부 아냐, 계속 협상”

트럼프는 지난 2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음 달 2일 상호 관세와 관련해 예외 국가가 있느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이 나에게 예외를 적용할 수 있는지 물어본다. 그런데 하나를 해주면 결국 다 해줘야 한다”고 했다. 상호 관세의 원칙을 적용하는 데 예외는 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다만 트럼프는 이달 초 자동차 업계 요청으로 멕시코·캐나다산 자동차 관세 인상을 한 달간 유예한 사실을 언급하며 “유연함(flexibility)은 중요한 단어다. 유연함을 보이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상호주의”라고 했다.

지난 20~21일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면담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다음 달 2일 상호 관세 발표 때 한국이 포함된다고 전제한 후, 이후 한국에 대한 면제·유예 조치 등의 대우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안 장관은 “러트닉 장관과의 면담에서 (다음 달) 2일 발표될 상호 관세 조치 계획을 파악했고 첨단산업 분야에서 양국 간 긴밀한 연계성을 강조했다. 상호 관세 조치 이후 한국에 대해 우호적 대우를 해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로 미국에 대한 한국의 관세율이 사실상 0% 수준임에도 미국이 문제 삼고 있는 30개월 이상 연령의 소고기 수입 금지 조치 등 비관세 장벽에 대한 협상에도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백악관에서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오른쪽의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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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지난 2월 상호 관세 부과를 예고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전 세계 모든 나라로부터 착취당했다. (상호 관세 부과안이 발표되는) 4월 2일은 해방의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세계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무역 장벽의 실태를 파악하고 관세율 인상 폭을 정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이기 때문에, 미국이 무역 적자를 크게 보는 나라들을 우선 표적으로 삼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한국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인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위원은 “200여 명의 미 무역대표부(USTR) 직원들이 전 세계 모든 국가를 조사해 상호 관세 세율을 정하고 부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트럼프는 그간 공언한 자동차·반도체·의약품·목재 등의 품목별 관세에 대해서도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나 실행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알루미늄에 대해서만 우선 25%의 관세를 일괄적으로 발효한 상태다. 블룸버그는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는 자동차 관세 등도 상호 관세와 같은 시기에 발표될 것이라고 당초 예고했지만 지금으로선 품목별 관세가 2일 함께 발표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21일 안덕근(왼쪽) 산업 장관이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호텔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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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상호관세 발표 이후 미국과 개별 협상에 나서는 것과 별개로, 이미 부과가 시작된 철강 관세 등 품목별 관세에 대한 유예 협상도 대비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지난 13~14일 미국을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를 면담한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에서 생산이 부족한 철강 품목을 한국이 공급함으로써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면서 한국 철강 관세 면제의 필요성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대미(對美) 4위 철강 수출국인 한국은 그간 연간 263만t의 철강 수출량(쿼터)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면세 조치를 받아왔다. 하지만 미국이 철강에 일괄적으로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출 쿼터와 면세 조치는 폐지됐다. 한편에선 사실상의 수출 상한이었던 쿼터가 사라지면서 품질 경쟁력을 지닌 고급 철강재를 중심으로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을 오히려 늘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품목별 관세 부과 대상으로 지목된 자동차 업계의 경우 미국 현지 생산을 최대한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현대차는 26일 미국 조지아주에서 새 공장 준공식을 열고 미국 현지 생산을 연간 최대 50만대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상호 관세

교역 상대국이 자국 수출품에 적용하는 관세 등 무역 장벽에 상응해 매기는 관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뿐 아니라 수출 보조금, 환율 정책, 부가세 같은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해 다음 달 2일 국가별 상호 관세율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상호 관세는 원래 과도한 보호무역 부작용을 관세 인하로 줄이기 위해 1930년대 시도됐지만 트럼프는 이를 반대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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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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