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부족에 매년 1억6천만원씩 주고 서울 6.5배 땅 1천년 사용 계약
볼리비아 정부 "이런 유형의 합의는 효력 없어…당국이 직권조사 중"
볼리비아 아마존 화재 피해 지역 |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볼리비아에서 원주민 부족들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국가'와 토지 임대차 계약을 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23일(현지시간) 볼리비아원주민연합(CIDOB) 페이스북과 볼리비아 일간 엘데베르에 따르면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에 거주하는 바우레·카유바바·에세 에하 등 3개 원주민 그룹은 지난해 9∼11월께 서울 면적의 6.5배에 이르는 3천900㎢ 규모 토지를 1천년 간 쓸 수 있도록 하는 임대차 계약을 했다.
지상과 지하에서 접근할 수 있는 자원에 대한 모든 권리를 넘기는 것과 동시에 해당 영토 내 완전한 자율성까지 보장하는 내용이 계약서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서 공개한 계약서상 거래 상대방은 '카일라사 합중국'으로 표기돼 있다.
이 집단의 지도자로 추정되는 사람은 자칭 힌두교 고위 사제인 니트야난다 파라마시밤이라는 이름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영국 방송 BBC는 2023년 3월 보도에서 "(파라마시밤은) 2019년 에콰도르의 한 섬을 구입해 나라를 설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당시 "섬 매입 등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CIDOB은 원주민들이 개별적으로 '국가'를 사칭하는 집단과 거래할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볼리비아 정부 역시 관련법상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설명했다.
야밀 플로네스 농업·토지개발부 장관은 "한동안 알려지지 않은 이번 계약과 관련해 고소·고발이 접수되진 않았지만, 당국이 직권으로 조사 중"이라며 "이런 유형의 합의는 효력이 없으며, 원주민 재산 보호를 명시한 현행법률상 외국인은 아마존 지역 토지를 취득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고 엘데베르는 보도했다.
'카일라사 합중국의 대표'라는 사람들은 과거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린 2차례 공개 세션에 참석해 '원주민의 권리와 원주민 집단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에 대한 유엔의 입장'을 물어 뒤늦게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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