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미 대표단 초대한 적 없다”
밴스 여사 방문 맞춰 시위 계획도
NYT “그린란드-덴마크 더 가까워지는 역효과”
지난 15일(현지시간) 그린란드 누크에서 시위대가 ‘그린란드는 그린란드 국민의 것’이라는 슬로건 아래 미국 영사관 앞에서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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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를 노골화하는 가운데 백악관의 세컨드 레이디(부통령의 부인) 우샤 밴스와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포함된 미국 대표단이 27일 그린란드 방문을 예고하면서 그린란드 내 반미여론이 강화되고 있다. 외신들은 미국 대표단 방문이 덴마크와 그란린드의 밀착을 강화하며 역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그린란드의 무테 에게대 총리가 미국 대표단의 방문을 “매우 공격적”이라고 규정하고 현 정부가 이 대표단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에게대 총리는 현지 언론에 “(미국 대표단 방문의) 유일한 목적은 권력을 과시하려는 것”이라며 “이러한 간섭은 우리 민주주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며 우리의 자결권에 대한 존중심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최근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하며 1당을 차지한 민주당의 옌스-프레데리크 니엘센 대표 또한 그린란드 차기 정부 구성을 위한 연정 협상이 진행되는 민감한 시기에 미국 대표단이 방문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의 그린란드에 대한 무례함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우리는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권력 게임을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그린란드 사람들이 우리에게 그곳에 와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지만 그린란드 정부는 “초대하지 않았다”며 반박했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의 부인인 우샤 밴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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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24일 “초대받지 않은 강력한 미국 대표단을 그린란드로 보낸다는 결정은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논평했다. NYT는 미국 대표단의 방문이 그린란드와 덴마크의 유대감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펜하겐의 정치분석가 라르스 트리어 모겐센은 “미국이 원하는 것과 반대의 효과를 낼 것”이라며 “1년 전만 해도 그린란드의 모든 정당이 미국과 더 많은 사업을 기대했지만, 지금은 덴마크와의 동맹에서 안전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밴스 여사가 아들과 함께 참석할 예정인 그린란드의 국가 개썰매 경주조차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개썰매 경주의 주최측은 “우리는 그들을 초대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 행사가 공개돼 있어 미 대표단이 관중으로 참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밴스 여사 방문에 맞춰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계획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별개로 왈츠 국가안보보좌관과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장관은 그린란드 북부의 미군 기지를 방문할 예정이다.
덴마크 해군의 군함이 지난 5일 그린란드 누크 인근을 순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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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은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북극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그린란드가 미국·러시아·중국 자원 경쟁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불안과 우려가 그린란드인 사이에서 커지고 있으며, 이런 정서가 밴스 여사 등 미국 대표단의 방문에 대한 거부감을 증폭시켰다고 전했다.
그린란드는 18세기부터 덴마크의 속령이었으며,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의 외교 및 국방 정책 등을 관할하고 있다. 법적으로 덴마크의 일부지만, 2009년 자치권을 획득해 원한다면 독립 국민투표를 시행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지난 11일 치러진 그린란드 총선에서 독립을 주장하는 집권 이누이트 공동체당을 제치고 독립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취하는 대신 경제성장을 앞세운 중도우파 성향인 민주당이 1당을 차지했다.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야욕이 덴마크로부터의 독립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해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 트럼프 장남 이어 밴스 부통령 부인도 그린란드 방문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240739001
☞ 독립·편입보다 ‘경제’…그린란드 총선서 중도우파 야당 승리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122112045
☞ 꺾이지 않는 영토 야욕…트럼프, 나토 수장 면전서 ‘그린란드 美 합병’ 장담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141451001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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