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라랜드’에서 에마 스톤이 입었던 노란색 A 라인 원피스가 잊히지 않는다. 옥스퍼드 새들 슈즈를 신고 6분 동안이나 춤을 췄다.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들은 행복했을 것이다. 70년 전 영화 ‘로마의 휴일’은 워낙 유명해 현대인 중에도 본 이들이 많을 텐데 밑이 나팔꽃 모양으로 퍼져 자연적으로 주름이 잡히는 플레이어 스커트를 입은 오드리 헵번은 지금 봐도 세련된 아가씨, 아니 공주였다.
비싼 옷, 화려한 옷이 그 사람을 돋보이게 하지 않는다. 센스 있는 옷차림, 깔끔한 옷차림은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한다. 바뀐 계절을 타인의 옷에서 느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남한테 친절을 베푼 것이다. ‘그녀’의 호아킨 피닉스가 입었던 파스텔 톤 붉은 셔츠를 기억한다.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가 봤어도 반했을 것이다. 면 블레이저나 워크웨어 스타일의 재킷도 잘 어울렸다. ‘포레스트 검프’에서 포레스트는 파란색 체크무늬 셔츠의 끝단추를 꼭 채워 고지식한 성격을 잘 표현했다.
‘괴물’의 현서가 입었던 깔끔한 교복이 점점 더러워져 가는데, 그 옷이 주는 효과는 괴물에 대한 관객의 공포감과 미움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기생충’에서 송강호가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를 말할 때 입고 있던 것은 개성 없는 잿빛 운동복이었다. 그 장소, 그가 처한 상황, 그의 성격을 대변하는 것이 영화 속 배우들의 의상이다.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 계절에 어울리게 입으면 된다. 저 사람 신수가 훤하다, 용모가 단정하다, 감각이 있다 등은 칭찬이다.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가? 유독 옷을 못 입는 나이기에 옷 깔끔하게 입는 사람이 몹시 부럽다. 아아, 마침내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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