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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1 (월)

[K우먼톡]역사상 최초 여성 IOC위원장과 다양성의 가치 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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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대통령 취임이후

성평등·다양성 가치 위기 맞아

코번트리 위원장 역할 기대

아시아경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130년 역사상 최초로 여성이 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또 하나의 유리천장이 깨지는 역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스포츠에서 여성의 참여 확대는 남녀평등 실현의 한 척도이다. 고대 올림피아드는 철저하게 남성들만의 축제였고 이를 훔쳐보는 것만으로도 목숨을 내놓아야 했던 여성에겐 금단의 벽이었다.

근대로 들어와 스포츠가 생활의 일부가 되었지만 이에도 소외된 자가 있었으니 바로 여성이다. 올림픽의 아버지이자 계몽주의자였던 쿠베르탱 남작은 올림픽에서 여성의 참여를 철저하게 배제했고 여성의 스포츠 참여는 투쟁을 통해서 쟁취되어 왔다. 힘겨운 투쟁을 통해서 처음으로 1900년 파리올림픽에 22명의 여성 선수가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며 새 역사를 썼다.

전체 선수의 2%로 출발한 여성 선수가 100년을 지나 지난해 2024 파리올림픽에서 50%로 성평등을 이룬 것은 놀라운 진보가 아닐 수 없다. 참가선수뿐 아니라 종목 수에서도 평등이 이루어졌고 올림픽 중계 방송에서도 남녀 경기가 균형을 이루었다. 이러한 대단한 성과는 선수와 종목에서 멈추지 않고 세계 스포츠의 지휘봉을 잡은 IOC 위원장으로까지 이어졌으니 스포츠에서 가장 두꺼웠던 유리천장이 진정으로 깨어졌음을 실감한다.

이러한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낸 데는 전 세계에 감동을 주고 영감의 원천이 된 위대한 여성 선수들이 있었다. 소아마비를 딛고 일어서서 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딴 흑인 여성 윌마 루돌프가 있었고 무슬림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딴 나와 엘 무타와겔도 있었다. 여성의 인간으로서 평등한 권리뿐 아니라 흑인, 무슬림 등 인종과 종교를 초월한 다양성의 가치에 불을 붙인 위대한 선수들이다.

영감을 준 여성 선수에 이번 IOC 위원장으로 선출된 짐바브웨의 수영 영웅인 커스티 코번트리도 포함된다. 코번트리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총 7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올림픽 메달을 딴 기록을 가진 수영 선수이다. 1983년생으로 41세의 코번트리 신임위원장은 앞으로 임기 8년에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4년 연장할 수 있어 최장 12년 동안 새로운 비전과 젊은 투지로 세계 스포츠계를 이끌어나갈 것이다. 지난 12년 올림픽의 지속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개혁과 성평등 및 다양성이 스포츠에서 주류화되는 데 큰 업적을 남긴 토마스 바흐 위원장의 기준을 기반으로 스포츠의 인류 진보에의 기여를 한 단계 더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최초의 여성 IOC 위원장의 성평등과 다양성의 가치 수호라는 역할이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2기의 도전 때문이다. 수 세기 동안 피와 땀으로 쌓아 올린 성평등과 다양성의 가치가 위협을 받고 있어 전 세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취임 당일에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을 폐지했고 각 분야에서 DE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을 해고했다. 이어 '인종차별' '성평등' '다문화' '소수자' 등 다양성과 형평성에 관련된 단어 사용을 연방 정부의 공식 문서나 웹사이트, 정책 지침에서 금지하도록 지침을 내려 세계를 경악게 했다.

'깨어있는 문화'를 제거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 가치와 국제사회가 합의한 규범을 흔드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정치계, 문화계, 스포츠계 각 분야의 국제적인 리더들이 연대하여 인류사회가 후퇴하지 않도록 역할을 다해야 한다. 코번트리의 IOC 위원장 선출은 유리천장을 깸으로써 앞으로 더 많은 여성 리더가 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뿐 아니라 이런 국제적 우려 속에서 다양성을 수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박은하 전 주영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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