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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1 (월)

"대형 산불, 끝이 아니다" 최재천 교수 '반복 재앙'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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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태학자 최재천 교수, 산불 원인 분석

기후위기와 부실한 산림관리 문제 지적

"나무 심기만 하고 관리 안해…너무 빽빽"

"베어낸 나무들 쌓여 '불쏘시개' 역할해"

"산불 대부분은 인재…밭태우기 잘못된 관행"

"인식 전환과 선진 기술 도입 시급" 대응 강조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경북 의성에서 시작해 안동, 영양, 청송, 영덕으로 확산된 산불이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낳으며 엿새째 계속되고 있다. 3만7000헥타르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고, 26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됐다. 이는 2000년 삼척 등 동해안 산불 피해(2만3794헥타르)를 뛰어넘는 규모다.

이런 가운데 사회생태학자인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는 26일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을 통해 이번 산불 사태의 근본 원인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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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불, 기후위기가 원인일 가능성 크다”

최 교수는 “이번 산불은 기후위기와 연관이 있을 것 같다”며 “실험이나 모니터링을 직접 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정황상 기후변화 때문에 만들어진 산불일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온대 지방이다 보니 수시로 비가 오곤 했는데, 최근에는 비가 안 오거나 특정 시기에만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1년 내내 비가 거의 안 오다 보니 숲이 말라 있는 상황에서 너무 강한 바람이 갑자기 불어 불씨가 온 사방으로 번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몇 년 전 호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언급하며 “호주 산불은 결과적으로 기후위기가 만들어낸 산불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공통된 판결이었다”고 상기시켰다.

“우리는 나무를 심기만 했지, 관리는 하지 않았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산림 녹화를 가장 잘한 나라로 칭송받지만, 그 이면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반세기 이상 열심히 나무를 심고 가꾼 덕분에 지금 대한민국의 웬만한 산에는 나무가 참 많다. 그런데 우리가 그동안 심고 그냥 지켜봤을 뿐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나무들이 너무 빽빽하다”며 “나무들이 옆으로 클 수 있도록, 부피가 늘어날 수 있도록 관리를 제대로 해줘야 하는 때가 온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산림 관리의 부실함에 대해 최 교수는 구체적인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쓰러지거나 썩은 나무가 있으면 산림청에서 인부들이 올라가 베기는 하지만, 많은 경우 벤 나무를 그냥 거기 두고 내려온다”며 “때로는 자른 나무를 다른 나무에 가지런히 걸쳐놓고 내려오기도 하는데, 여기에 잔가지나 낙엽이 쌓이면서 산불이 났을 때 어마어마한 불쏘시개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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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상당수는 인재”…밭 태우는 잘못된 관행 지적

최 교수는 오스트리아의 사례를 들며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오스트리아는 우리나라처럼 산악 지역이 많은 나라인데, 거친 산악 지형에서 나무를 제거하는 기술이 굉장히 발달했다”며 “기계도 상당히 개발돼 있어 사람이 끌고 내려오지 않아도 기계가 나무를 끌고 내려올 수 있다. 다만 그 기계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재(人災)로 인한 산불을 막기 위한 인식 전환도 강조했다. 최 교수는 “산불이 세계적으로 많이 발생하는데, 조사해 보면 인재인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자연 발생적으로 산불이 일어나려면 번개가 쳤다든가 해야 하는데, 그렇게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농촌에서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 농민들은 옛날부터 이른 봄에 밭을 태워야 큰 재가 좋은 비료가 된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불을 태우고 있다”며 “하지만 식물학자들의 연구 결과, 이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고도 했다.

“더 이상 인명피해 없도록 함께 힘 모아야”

최 교수는 “이미 너무 많은 분들이 목숨을 잃어 전에 있던 어떤 산불보다도 인명 피해가 굉장히 큰 것이 가슴 아프다”며 “더 이상 인명피해가 없도록 힘을 합쳐 이 위기를 잘 모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긴 안목으로 더 이상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지 않도록 우리 서로의 인식도 새롭게 해야 하고, 준비도 차분하게 시작해야 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만일 제가 걱정하는 게 맞다면, 지금 보고 있는 이 끔찍한 장면이 앞으로도 수없이 여러 차례 계속 반복될 것 같다는 걱정이 든다”며 기후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과 산림관리 체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 25일 경북 안동시 남선면 인근 야산으로 불이 번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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