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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1 (화)

北 김일성, 사망 전 '작은 거인' 中 등소평에 "아들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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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문서 공개] 김일성 사망 후 중국, 한국에 '김정일 지지' 설명

"김일성 사망했지만 北에서 정상회담 추진" 클린턴 발언에 '화들짝'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일성 주석(왼쪽)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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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덩샤오핑 중국 공산당 주석에게 '후사를 부탁한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후계자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외교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이같은 내용은 외교부가 28일 공개한 38만여 쪽의 외교문서 2506권에 담겼다. 외교부는 생산된 지 30년이 지난 외교문서를 비밀해제해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김일성 사망 후 中, 우리 측에 '김정일 지지' 통보…'덩샤오핑의 뜻' 설명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이틀 뒤인 1994년 7월 10일, 김하중 당시 주중대사관 공사는 중국 외교부 북한담당 인사와 비공개로 접촉한다. 접촉 결과는 황병태 주중대사를 통해 본부에 전달된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김 주석의 사망과 거의 동시에 내부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김 주석의 뒤를 이을 지도자로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한다.

중국 측 북한담당 인사는 "그동안 김일성이 오랫동안 김정일로의 권력 이양을 준비해 왔고 현재로선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결국 김정일이 후계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전했다고 한다. 그는 "북한 관련 정세의 신속한 안정을 위해 중국 정부는 김정일 체제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외교문서 일부.(외교문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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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는 김일성 주석이 과거 중국을 방문했을 때 덩샤오핑에게 "아들(김정일) 문제를 부탁한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주석은 덩샤오핑에게 '탁고'(託孤·후사를 부탁함)라는 표현을 썼다고 외교문서에 기록돼 있다.

'작은 거인'이라 불렸던 덩샤오핑은 1989년 사실상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중국 정계와 사회에 영향력을 잃지 않았다. 후계자인 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직접 지명하고 후진타오 전 주석의 집권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영향력은 문서로도 확인된다. 중국 측이 "덩샤오핑이 생존해 있는 한 중국 정부는 그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밝힌 것이다. 이를 두고 중국이 북한의 세습 및 후계자에 대해 신뢰를 보내며 '혈맹관계'를 다지면서도 한국 측에 이를 '현 지도부'의 판단이 아니라는 취지로 운신의 폭을 확보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장쩌민 국가주석과 리붕 총리는 북한에 보낸 공동 조전에서 "김정일을 중심으로 단결하길 바란다"라고 언급했는데, 중국 측은 "이 조전은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국의 입장은 확고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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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사망에도 "정상회담 계속 추진" 클린턴 언급에 '화들짝'

김일성 주석은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을 18일 앞둔 시점에 사망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4년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2박3일 간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김 주석의 사망과 관련해 미국에서 돌발적인 발언이 나와 정부가 '화들짝' 놀라는 일도 있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북한 측이 남북 정상회담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한국 측에 전달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발언한 것이다.

'금시초문'이었던 이 발언에 정부가 발칵 뒤집혔다. 한승주 당시 외교장관은 주미대사였던 한승수 대사의 관련 보고 전문에 사인펜으로 '?'(물음표)를 표시하기도 했다. 장관은 대사의 보고를 받고 즉각 "우리 정부는 북측으로부터 그러한 의사를 전달받은 바 없다"라며 발언의 근거를 미국 측에 문의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한승주 장관은 "우리로서는 미국 측이 모처럼 조성된 대화 모멘텀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취지임을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현 단계의 미북관계나 핵 문제에 대한 한미 양측의 입장에 비춰 너무 앞서가는 발언"이라며 완곡한 표현으로 정상회담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이후 클린턴 대통령이 언론의 추측보도를 보고 해당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사안은 '해프닝'으로 정리됐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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