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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산금만 수백억원…발란, ‘티메프 사태’와 닮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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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쿠폰 장사가 초래한 정산금 지연

가품 논란까지 확산…보상금 지급마저 지연

실리콘투 투자금 절반 납입전…영업이익 흑자 조건

발란 “31일부터 셀러들에게 정산금 순차 지급”

배우 김혜수를 모델로 쓴 발란 광고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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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내 온라인 명품 거래 플랫폼 시장 점유율 1위 ‘발란’에서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벌어졌다. 발란은 셀러 대금 산정 시스템 오류에 따른 미정산 사태라고 해명하지만, 자본잠식에 빠진 발란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자칫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확산될 우려도 나온다.

수백억 미정산 우려…발란 “31일부터 정산금 지급”
발란 고위관계자는 28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셀러 정산 시스템을 지난 26일 마무리지었고 이날 일괄적으로 정산 일정을 안내할 계획”이라며 “오는 31일부터 밀린 정산금을 순차적으로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란의 미정산금은 정확히 추산되지는 않았으나 고가의 명품을 유통하는 플랫폼 특성상 수백억 원으로 추정된다. 실제 1억~5억원을 정산받지 못했다는 셀러가 다수고, 최대 10억~15억원을 받지 못했다는 ‘대형’ 셀러들도 속출하고 있다.

일부 셀러들은 최형록 발란 대표이사를 상대로 한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2억원 상당의 정산금을 받지 못했다는 한 셀러는 헤럴드경제에 “발란 측에서 이날(28일)까지 공지하겠다고 못 박았기 때문에 곧바로 법적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공지와 정산이 늦어진다면 소송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한 시민이 티몬 본사 앞을 지나고 있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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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쿠폰 장사, 티메프와 유사” 지적
발란은 이번 사태가 유동성 위기로 비춰지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제2의 티메프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티메프는 최대 60~70% 할인쿠폰을 남발하는 등 과도한 ‘역마진’ 마케팅을 통해 모회사 큐텐의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했고, 정산대금을 돌려막기 하며 사태를 악화시켰다.

특히 발란의 과도한 ‘쿠폰 장사’가 티메프 사태와 유사하다는 평가다. 발란은 지난 2022년 이후 대규모 할인 행사와 쿠폰 발급으로 집객에 나섰다. 통상 명품 플랫폼의 수익률은 10% 안팎으로 알려져 있는데 할인 행사를 진행하면 한 자릿수로 떨어진다.

무리한 집객용 프로모션이 기술적 측면에서 정산 지연을 유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 채널은 프로모션을 진행할 경우 입점 셀러의 규모 등에 따라 할인 부담률을 산정한다. 할인율에 따른 마진 감소액을 본사와 셀러가 각각 얼마나 부담할지 정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반복된 할인 행사와 쿠폰 발급 등으로 정산금 산정에 오류가 생긴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실제 발란의 지난 2023년 매출액은 392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급감했다. 영업손실은 99억원에 이른다. 2015년 설립 이래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고 자본총계 역시 -77억3000만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실적은 아직 공시 전이다. 발란은 올해 초부터 발행하던 쿠폰을 대폭 줄여 영업이익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명품 소비 속 치열한 온라인 명품 플랫폼 경쟁까지 겹쳐 소비자가 빠져나가는 역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발란은 현재 전 직원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정산지연이 공지된 지난 25일 일부 셀러가 본사를 찾아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대치 상황이 벌어진 점을 고려했다. 다만 정산금을 받지 못한 셀러들은 담당 MD(상품기획자)와도 연락이 끊어진 상태다. 또 다른 미정산 셀러는 “담당 MD가 한 명은 휴가, 한 명은 휴직이라고 한다”며 “티메프 사태와 다를 것이 무엇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가품 논란에 ‘흑자 조건’ 내건 실리콘투 투자금 지급도 불투명
명품 이커머스 시장의 ‘아킬레스건’인 가품 논란도 발란 위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2년 5월 발란에서 명품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TAG HEUER)의 시계를 282만원에 구매했다가 최근 본사 측으로부터 ‘가품’ 판정을 받았다. 발란은 자체 감정 결과 자료 등 부족으로 정가품 판별을 내리기 어렵다며 ‘감정 불가’ 판정을 내렸지만, 본사 판정을 고려해 가품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발란이 지난 2023년부터 시행된 ‘책임 보상제’에 따라 1주일 내 구매금액의 200%(구매금액 환불+구매금액 상당의 포인트)를 제공해야 했지만, 발란은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다. 환불 최초 안내일은 14일이었지만 21일까지 아무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고 A씨의 거듭된 항의 끝에 발란은 지난 26일 포인트만 우선 지급했다. 가품 보상금 차원의 포인트지만 상품 구매액의 최대 10%만 적용할 수 있다.

발란은 오는 31일 A씨에게 현금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발란은 ‘책임 보상제’에 따라 1주일 이내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내부 시스템상 31일에 현금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태그호이어 측에 추가 검증을 진행하느라 가품 검증 절차가 늦어졌다”며 “차질 없이 보상금이 지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발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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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투의 남은 투자금 지급도 발란 사태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실리콘투는 지난 2월 발란에 150억원 투자를 약정했다. 실리콘투가 발란이 발행하는 전환사채(CB)를 인수해 두 차례에 걸쳐 75억원씩 투자하기로 했으며 발란은 이미 75억원의 투자금을 납입받은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실리콘투 투자 전 발란의 현금자산은 1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투의 남은 투자금이 절실한 상황에서 ‘투자 조건’도 주목된다. 투자구조 상 최초 75억원 투자 이후 추가 투자는 발란이 월 기준 영업이익 흑자 달성 등 기준을 넘어야 한다. 미정산 사태를 해결한다고 해도 대다수 셀러가 ‘탈퇴’를 선언하는 상황에서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또 실리콘투가 발란의 미정산 사태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지며 사건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리콘투는 전날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주주총회에서 관련 우려가 제기됐고 실리콘투는 경영진과 소통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추후 진행상황을 파악하겠다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정산금 선지급’으로 시장 전체 위기를 최대한 방어하려는 모습이다. 머스트잇은 지난 26일 셀러 공지를 통해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2주간 구매액에 대한 일괄 선정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트잇은 또 지난해 결산 재무제표를 공개하며 “회사가 보유한 유동자산(110억3102만원)이 유동부채(40억9297만원)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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