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과정에 김영삼 대통령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통화에서 강한 어조로 한국 ‘패싱’에 대한 우려를 표현했을 정황이 외교 문서로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과 함께 한국 ‘패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31년 전에도 있었던 셈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왼쪽부터). 뉴시스·세계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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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외교부가 공개한 1994년 외교문서에 따르면 김 대통령은 당시 ‘3단계 북·미 고위급 회담’(8월 5∼12일) 직후인 8월 17일 클린턴 대통령과 38분가량 전화 통화를 했다.
당시 북·미회담에서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동결과 미국의 경수로 지원, 잠정 에너지 제공 등 ‘주요 사항’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정식 합의는 10월 21일 체결된다.
이어 “심지어 미국이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론마저 있어 우리 정부를 당혹하게 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이 아직도 한국과의 실질적 관계 진전 없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가능하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쓰여 있다. 또 “한·미 양국은 북측의 한·미 간 술책을 계속 경계하면서 남북대화 진전의 중요성을 북측에 확실하고 끈질기게 인식시켜야 할 것”이라는 문구도 담겼다.
김영삼-클린턴 대통령 통화 '말씀자료'. 외교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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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문건은 통화 준비용으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통화에서 어느 정도 수위로 발언이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통화 이후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에서는 “김 대통령은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동족으로서 지원할 용의가 있으며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미 간 추호의 틈새도 없이 긴밀한 공조 체제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행동을 주시하기로 했다”는 등 표현만 담겼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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