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년 만에 무너진 전국 의대 ‘동맹 휴학’…출석 이어질지 미지수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 27일 서울대병원에서 젊은 의료진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와 대학이 제시한 의대생들의 복귀 마지노선(3월 말)이 다가오는 가운데, 서울·연세·고려대 의대생들의 대오 이탈로 다른 대학 학생들도 동요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대학들은 오는 31일까지 등록 기간을 연장하거나 제적 통보를 미루는 등 학생들의 복귀를 설득하기 위한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제적 위기에 처한 의대생을 내세운 채 강경 일변도로 대응하고 있는 의협 등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2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연세·고려·울산대 의대는 군 휴학자 등을 제외하고 100%에 가까운 학생들이 등록할 것으로 보인다. 1년 넘게 전국 의대생들이 미등록 휴학 방식으로 유지해온 ‘동맹 휴학’ 단일대오가 무너진 셈이다.



이날 고려대는 80% 이상이 복귀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제적 처분 날짜를 31일로 미뤘다. 앞서 연세대 의대생들이 지난 26일 밤 ‘등록 후 휴학’하기로 방침을 바꾸고, 서울대 의대생들도 27일 설문 투표 결과에 따라 전원 복귀하기로 했다. 서울대 의대 수강신청 시스템에는 전공 과목에 학생들의 수강 신청이 몰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난 26일이 복귀 시한이던 울산대 의대생들도 전원 1학기 복학 신청을 하기로 결정해, 복귀 신청을 다시 받을 예정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움직임은 이날 등록을 마감하려던 다른 학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톨릭대 의대에서는 상당수가 복학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북대 의대 관계자 역시 “아직 복학 신청이 마감되진 않았지만 상당수가 복학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비수도권 대학의 경우에는 여전히 복귀율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대는 이날 정오까지 복학 신청 접수 기간을 연장했으나 복학률이 여전히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등록을 마감하기로 한 원광대는 31일로 복학 마감일을 늦추고, 학년별 온라인 간담회를 열며 학생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밖에 경희·고신·인하·조선대 등 10여개 학교가 이날 등록·복학 신청을 마감하지만, 상당수는 마감 이후 바로 제적 통보를 하기보다는 31일까지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상당수 의대에서 복귀 움직임이 있지만, 수업 참여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와 대학은 등록을 마친 의대생들이 실제 수업에 참여해야 복귀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학들은 복학원에 ‘복학 후 수업에 참여하겠다’(고려·연세대)는 문구를 넣어 동의를 받는 방식으로 수업 복귀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학생 보호 차원에서 서울대는 31일부터 1∼2주간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고려대도 당분간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다. 한림대는 녹화 동영상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출석 체크를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의대생 사이에서 ‘미등록 휴학’ 투쟁을 고수한 의대생 모임인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에 대한 반발 기류도 읽힌다. 의대협은 연세대 의대생들이 ‘등록 후 휴학’으로 기조를 바꾸자 지난 27일 “(연세대 의대 대표가) 자신의 안위를 위해 39개 (의대) 단위를 저버렸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한 의대 관계자는 “의대협에서는 학생들을 단속하기 위해 배신자 프레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에 부정적인 학생들이 관망하던 태도를 바꿔 등록으로 이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동시에 대규모 의대생 제적 가능성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의 협상 카운터파트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전직 의협 집행부 관계자는 “학생들끼리 내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책임져야 할 의협이 학생을 총알받이로 내세우고 있다”며 “권한을 위임받은 어른들이 상황을 해결을 못 해 결국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대 총장들의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는 이날 “의협은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가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오는 31일 전국 40개 의대생의 수업 복귀 현황을 집계한 뒤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의대생들이 복귀해 정상적인 수업이 진행될 경우 2026학년도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