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역대 최악의 산불에 불을 끄러 나섰던 헬기 조종사마저 희생됐죠. 저희 밀착카메라팀이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헬기 조종사를 만났습니다. 하늘에서도 산불의 열기가 그대로 느껴진다고 합니다.
이가혁 기자입니다.
[기자]
화재 연기와 안개로 뿌연 하늘.
8천 리터 물을 실을 수 있는 초대형급 헬기입니다.
정비사들이 바로 다음 비행을 위해 점검에 들어가는 사이, 또 다른 소형급 산림 헬기도 착륙합니다.
기름을 채우고, 숨돌릴 새도 없이 다시 화재 현장으로 날아갑니다.
벌써 1주일째 초비상 상탭니다.
운항을 관리하는 관제실.
모니터에는 여러 산불 현장에 투입된 헬기들의 작업 모습이 실시간으로 송출됩니다.
현장에 있는 헬기 상태나 날씨 상황 같은 여러 정보가 수시로 쏟아집니다.
[김정호/산림항공본부 관제사 : 하루에 15시간 이상 7일째 근무 중에 있습니다. {이렇게 큰 산불은 처음이시죠?} 울진 산불도 경험해봤지만 이렇게 동시다발 큰 산불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잠시 후 또 다른 대형 헬기 한 대가 착륙합니다.
이 아래 물탱크에 3천 리터 물까지 저장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여기 보면 이 호스처럼 생긴 관을 통해서 강물을 끌어들이고 이 흰색 탱크에 있는 소화액을 섞어서 이 저장탱크에서 문을 열어서 화재 현장에서 물을 뿌리는 그런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이 헬기를 모는 경력 33년 베테랑 조재득 기장.
현장 상황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조재득/산림항공본부 기장 : 연무로 인해서 진입이 안 됐을 때, 헬기가 진·출입이 안 됐을 때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듭니다. 화마가 클 때는 헬기가 가까이 가면 여기 창문이 있는데, 창문으로 뜨거운 열기를 느낄 정도로 열기가 있습니다. {공중에 떠도 이 창문을 통해서 느낄 정도로?} 그렇습니다. 순간이지만 그걸 느낄 수가 있습니다.]
지난 26일 강원도 인제군 소속 헬기가 추락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남 일 같지 않았다고 합니다.
[조재득/산림항공본부 기장 : 같은 항공 직렬에 근무하는 분이고, 또 제가 퇴직해서 갈 수도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실 언제든 위험을 안고 지금 일을 하시는 거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위험은 항상 있으니까요. {국민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저희 산림청 조종사 뿐만 아니고, 소방 업무에 근무하는 모든 분들이 최선을 다해서 진화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저희를 한번 믿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시 현장으로 떠나는 헬기를 보는 정비사들의 마음은 한결같습니다.
[산림항공본부 정비사 : 사고 안 나고 무탈하게 임무 수행 다 마무리 짓고 직원들이 웃으면서 만날 수 있으면 제일 행복할 것 같아요.]
지상에서도 사투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불이 시작된 경남 산청군 동당마을.
일주일째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30분 전까지만 해도 눈으로 불길이 보이지 않았는데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불길이 마을 쪽까지 많이 내려왔습니다.
타닥타닥 타는 소리도 제 귀에 선명하게 들립니다.
비다운 비는 내리지 않고, 현장에 모인 진화대원들도 체력 소모가 심한 상황입니다.
그냥 길가에 걸터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는 대원들.
[정순권/산청군 진화대원 : {뭐가 제일 힘드세요?} 지금 잠이 제일 부족합니다. 피로가 누적돼서 지금 상당히 좀 고된 상태입니다. 잠을 많이 설치기 때문에 깊이 잠을 못 자고 두세 시간 정도 자고 나옵니다. {많이 피곤하시겠네요.} 네. {속상하실 것 같아요. 계속 일주일째 고생하시는데.} 완전 진화가 돼야 이게 끝이 나는데, 계속 불이 살아있으니까 언제 작업이 끝날지 모르겠습니다. {밤늦게까지 몇 시까지 하세요?} 어제 작업을 밤 12시까지 했습니다. {식사는 어떻게 하셨어요?} 방금 김밥으로 대체했습니다.]
지역 의용소방대원들은 얼음물과 빵 같은 먹거리를 차에 싣고 곳곳에 나눠주며 힘을 보탭니다.
이 비극적인 자연재해 속에서도 봄꽃은 이렇게 피었습니다.
분명 이 남녘의 마을은 저 끔찍한 화마가 아니라 이 아름다운 꽃으로 기억되고 싶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작가 유승민 / VJ 장준석 김수빈 / 영상편집 홍여울 / 취재지원 홍성민 장민창]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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