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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한민국] 일본 20%도 못 미친 林道·진화대원 평균 61세… 산불 위험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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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잘 타는 소나무가 산림의 27%, 낙엽 건조 현상은 뚜렷해져

화재 진압용 임도 태부족하고 고령화로 진화대원들은 이미 60대

국토 녹화 기적 이후엔 무관심… 미래 내다보는 산림 계획 절실하다

경북 지역 산불이 4만5157헥타르(ha)의 면적을 태우고 6일 만에 진화됐다.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이었다. 수십 명이 숨졌고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매년 대형 산불이 반복되면서 백두대간 주변과 동해안 지역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피해 면적 100ha 이상, 산불 지속 시간 24시간 이상일 경우 대형 산불로 분류한다. 이런 대형 산불은 2017년부터는 2024년만 제외하고 매해 발생하고 있다. 대형 산불은 숲만 잿더미로 만드는 게 아니라 산림 생태계를 초토화한다. 개미들이 돌아오는 데만 14년이 걸린다. 산림의 형태를 갖추기까지는 30년, 생태적 안정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최장 100년 이상 걸린다.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대형 산불이 빈번해지는 건 이유가 있다. 산림이 울창해지면 나무의 부피가 커지고 낙엽이 두껍게 쌓인다. 불에 탈 수 있는 ‘산불 연료’가 많아진다는 얘기다. 기후 변화로 숲 구조가 바뀌는 것도 영향을 준다. 산림 하층부에는 조릿대, 진달래 등의 관목이, 상층부는 굴참나무와 소나무 등이 빽빽하게 자라는 다층 구조로 변하고 있다. 그래서 헬기에서 물을 투하해도 지표면까지 도달하지 못해 진화가 어려워지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봄철 낙엽층 건조 현상도 심각하다. 대기 습도가 40% 이하로 내려가면 낙엽 수분 함량은 10% 수준까지 낮아진다. 수분 함량이 15% 이하인 낙엽은 35%인 낙엽에 비해 발화율이 25배나 높다. 지표면에 80cm 이상 높이로 낙엽이 쌓여 있는 곳에 불이 붙으면 지표면 아래 깊은 곳까지 불이 침투하기 때문에 진화가 어렵다.

일단 발생한 산불에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돌풍인 양간지풍이 겹치면 대형화된다. 초속 6m의 바람이 불면 무풍 때에 비해 26배 빠르게 확산되는데, 양간지풍은 초속 20m를 훌쩍 넘어선다. 2019년 고성·속초 산불에서는 최대 풍속 초속 35.6m의 강풍이 불면서 시속 5.1km의 속도로 확산됐다. 이번 경북 산불에서는 그보다 빠른 최대 시속 8.2km의 속도로 불길이 확산됐다. 여기에 경사도 영향을 미친다. 30도 급경사지에서는 평지보다 3배 빠르게 확산된다.

대형 산불은 그동안 강원도에서 많이 발생했지만, 사실 경상북도 북부 지역이 전국에서 가장 대형 산불 위험이 높은 곳이다. 2021년 산림과학원은 시·군·구별로 얼마나 많은 산불 연료가 쌓여 있는지를 평가해 전국 산불 연료 지도를 펴냈다. 산불 연료는 크게 낙엽과 관목 등 땅 위에 쌓인 인화물질을 가리키는 지표 연료와 1.8m 이상에 위치하는 잎과 나뭇가지 등을 가리키는 수관 연료로 나뉜다. 낙엽 두께가 1m에 이르는 곳은 그 무게만 ha당 300~400톤에 이른다. 지도에 따르면 경북 북부의 안동, 영덕, 영양, 의성, 청송 등은 거의 모든 산림 지역이 숲 관리 우선 지역으로 분류됐다. 산불 예방을 위해서 시급하게 나무를 제거해서 밀도를 관리해야 하는 곳이다. 앞으로도 경북 북부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경상북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45만7902ha의 소나무 숲을 보유하고 있다. 경상남도(27만3111ha)와 강원도(25만8357ha)보다 훨씬 넓다. 우리나라 전체 산림의 27%를 차지하고 있는 소나무는 대형 산불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소나무의 송진은 테르펜 같은 유류 성분을 20% 이상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활엽수에 비해 1.4배 더 높은 온도로 타오르고 연소 지속 시간도 2.4배 더 길다. 일단 소나무 숲에 불이 붙으면 나무 전체가 타오르면서 대량의 불똥이 만들어진다. 불똥이 상승 기류를 만나면 2km 정도는 쉽게 날아가 화재를 급속히 확산시킨다.

자연적 조건 이외에도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사회적 변화도 대형 산불의 원인을 제공한다. 예전에는 산불이 나면 동네 주민들이 나서서 불이 크게 번지기 전에 불길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고령화로 인해 이제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산불 진화대원 평균 연령이 61세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화재 진압은 어렵다. 지자체 공무원들도 화재 발생 시 산불 진화보다는 거동이 어려운 고령의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데 우선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진화 인력은 더욱 부족해졌다. 산림 당국은 산불이 발생하면 어디로 번져나갈지를 예측하는 산불 확산 예측 시스템을 도입했다. 나름 체계적인 대응 태세를 갖추긴 했지만, 정작 최전선에서 산불을 진압할 인력은 점점 부족해지고 있는 것이다.

대형 산불은 무관심의 결과물이다. 산불 예방을 위해서는 숲을 가꿔야 한다. 소나무 같은 침엽수를 솎아내고 6m 이하 높이의 나뭇가지를 제거하는 활동은 산불 억제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숲 가꾸기 과정에서 발생한 가지와 잎을 나무 주변에 쌓아놓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화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당연히 외부로 반출해야 하지만 부족한 임도(林道)로 인해 쉽지 않다. 임도는 평소 산림 관리는 물론 화재 억제와 진압에서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의 임도는 일본의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방치된 숲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화재 위험만 높아지는 위험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은 짧은 시간에 국토 녹화에 성공한 기적을 만들어냈다. 지도자의 강력한 의지와 효과적인 행정력, 그리고 국민의 인식 전환이 결합되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민둥산이 없어진 이후 사람들의 산림에 대한 관심은 사라졌다. 산은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방치됐고, 국토의 70%는 쓸모없는 공간이 되었다. 그리고 방치의 대가는 대형 산불로 매년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5년마다 모든 것이 뒤집어지는 대한민국에서 적어도 한 세대가 걸리는 장기적인 산림 관리와 개선은 과연 가능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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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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