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현대해상 위험관리연구소 수석연구원. |
지난해 6월 23명이 사망한 아리셀 화재 사고부터 올해 2월 4명이 사망한 교량 붕괴 사고까지 대형 사고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이는 1994~1995년 연속해서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 사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등 대형 재난·사고들을 연상케 한다.
한국은 전쟁 이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1959년 81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은 2025년 3만7700달러(S&P 예상치)로 465배나 성장했다. 경공업 중심에서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전환한 후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1980년대부터 저금리, 저유가, 저달러 등 3저 호황으로 인해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1995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돌파했다.
고도성장의 이면에 성수대교 붕괴,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사고, 대구 지하철공사 가스 폭발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같은 짙은 그늘이 있었다. 경제적으로 부유해졌지만 삶의 질이 나아졌다고는 할 수 없었다.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돌파하던 1995년의 재해율은 0.99%였다. 국민 의식 수준이 향상되면서 재해율은 떨어졌다. 2005년 2만달러를 넘자 재해율은 0.77%로 떨어졌다. 2014년 3만달러를 넘자 0.53%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 이후 재해율은 좀처럼 하락하지 않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안전관리이론에 ETTO(Efficiency Thoroughness Trade Off) 원리가 있다. 효율성과 안전성은 서로 역설적인 관계다. 안전성을 향상시키려면 시간과 돈 등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것은 결국 운영비용을 증가시켜 조직의 효율성을 저해시킨다. 반면에 효율성을 증대하려면 최소한의 자원을 투입해야 하나 결과적으로 안전성이 저해된다.
먹고사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회적 가치다. 사회적 가치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진정한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재래형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아직도 우리가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 된 우리 사회는 여전히 경제적 가치를 사회적 가치보다 중하게 여긴다.
계속해서 재래형 사고가 잇달아서 발생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사회 전반의 균형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사회의 효율성과 안전성,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김훈 현대하이라이프손해사정 위험관리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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