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배민)이 공개한 <2025 외식업트렌드 Vol.1>은 이러한 미세한 변화들을 포착해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국내 외식 전문가들과 함께 선정한 키워드 '시즌리스 아이스', '뉴웨이브 국밥', '저속노화'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우리 식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를 암시하고 있다. 데이터는 때로 우리가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욕망을 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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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사람은 더 이상 없다."
배달 플랫폼의 확산이 가져온 변화는 생각보다 깊다. 배민 데이터에 따르면 1월 기준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주문 비중은 지난 5년간 80%나 증가했다. 겨울에도 얼음을 탄 음료를 즐기는 일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된 것이다. 내부 온도가 따뜻하게 유지되는 현대의 주거 환경과 사무실, 그리고 배달 시스템의 발달이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했다.
올해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아사이볼'이다. 아마존의 보랏빛 보석이라 불리는 아사이베리로 만든 이 스무디는 건강에 대한 현대인의 갈망을 정확히 포착했다. 슈퍼푸드에 견과류를 더해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는 아사이볼은 건강함과 간편함, 그리고 아름다움까지 모두 갖췄다. 이것이 오늘날 소비자가 원하는 완벽한 조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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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장 흥미로운 변화는 국밥에서 일어나고 있다. 오랫동안 서민의 음식, 노동자의 한 끼로 인식되던 국밥이 세련된 옷을 입고 MZ세대의 SNS를 장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음식의 변화가 아니라 문화적 코드의 재해석이다.
한때 '구식'으로 여겨지던 것들이 새로운 세대의 손에서 '클래식'으로 부활하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국밥의 변신은 좀 더 의미심장하다. 국밥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우리 식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건축물이 새로운 용도로 재탄생하는 것과 같다. 외형은 변해도 그 속에 담긴 역사와 정서는 여전히 살아있다.
이색 식재료와 감각적인 플레이팅, 그리고 세심하게 디자인된 공간. 이러한 요소들이 전통적인 국밥의 본질은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가치를 더하고 있다. 서울 재동의 <안암>이 보여주는 국밥의 재해석은 단순한 음식 이상의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것은 전통과 현대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모델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겉모습만의 변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젊은 셰프들은 국밥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 위에 자신만의 해석을 더한다. 재료 선택부터 조리 방식, 그리고 서빙에 이르기까지 전통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것은 단순한 '힙'함을 넘어, 우리 음식문화의 진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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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역설적 욕망을 가장 잘 보여주는 키워드는 '저속노화'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느림을 갈망한다. 적어도 우리 몸의 시계만큼은 천천히 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적어도 그것을 최대한 지연시키고 싶은 인간의 본능적 욕망이 '저속노화'라는 단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배민의 데이터에 따르면 저속노화 관련 키워드를 메뉴명으로 활용하는 가게는 지난 4년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도시락 카테고리에서 그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건강을 챙기려는 현대인의 모순적 욕망이 도시락이라는 형태로 구현된 것이다. 시간은 없지만 건강을 포기할 수는 없는, 그래서 간편하면서도 건강한 음식을 찾는 현대인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편리함과 건강함,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 패턴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러한 욕망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가에 있다. 이는 외식업계뿐만 아니라 식품 산업 전반에 걸친 과제다. 빠르고 간편하면서도 건강에 좋은 음식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 그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외식업의 새로운 지형도가 그려질 것이다.
세 가지 키워드가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는 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보급으로 트렌드의 생성과 소멸 주기는 더욱 짧아졌다. 어제의 히트 메뉴가 오늘은 잊혀질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외식업계는 끊임없이 변화를 감지하고 적응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모든 변화를 쫓아갈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트렌드의 본질을 이해하고, 자신의 비즈니스와 연결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것이다. 국밥집이 모두 힙한 인테리어로 바꿀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신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시대의 요구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결국 트렌드란 무엇인가? 그것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지만 아직 언어화되지 않은 변화다. 배민의 이번 트렌드 보고서는 그 변화에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이야말로 데이터가 가진 진정한 가치일 것이다.
변화는 때로 두렵다. 특히 생존이 걸린 비즈니스의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그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나가는 것.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태도일 것이다. 시즌리스 아이스, 뉴웨이브 국밥, 저속노화. 이 세 가지 키워드는 단순한 소비 트렌드를 넘어, 우리가 어떻게 시간과 전통, 그리고 건강과 관계 맺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우리는 그 거울 속에서 현대 한국인의 욕망과 두려움, 그리고 희망을 읽을 수 있다.
글 : 손요한(russia@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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