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MS 출신 연구자도, 구글 AI 전문가도… 중국으로 ‘유턴’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AI 인재들 美서 본토로 복귀 행렬

중국 출신의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전문가 푸톈판(32) 박사는 2년 전 미국 명문 렌슬리어 공대 교수로 임명돼 종신 교수 과정을 밟던 중, 올해 중국 난징대로 자리를 옮겼다. 푸 교수는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서 전도 유망한 소장 학자로 꼽힌다. 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귀국 이유에 대해 “중국 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적극적 투자가 젊은 과학자들에게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출신 AI 인재들의 본국 귀환이 더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IBM 등 미국 빅테크의 AI 연구원 출신으로 플로리다대 교수를 역임한 치궈쥔(43)이 중국 항저우의 시후대 AI·머신러닝 연구소 ‘메이플(MAPLE)’의 연구소장을 새로 맡게 된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그는 딥러닝과 멀티모달(이미지·소리 등 여러 형태의 정보) AI 전문가로, 논문 피인용 수가 2만3500여 회에 이르는 실력자로 꼽힌다.

예전에는 본국행을 택하는 중국 인재들이 대부분 대학교수 출신이었는데, 최근엔 기업에서 활동하는 이들 중에서 중국으로 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올해 초 틱톡의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우융후이 전 구글 딥마인드 부사장을 영입했다. 난징대 출신으로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2008년부터 구글에서 머신러닝과 자연어 이해 등에 특화해 17년간 일했다. 애플에서 고성능 저전력 CPU 설계를 담당했던 왕환위 박사도 지난해 중국 화중과학기술대(HUST) 교수로 부임했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과거에는 해외에서 대가로 인정받은 석학들이 후학 양성을 위해 귀환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최근에는 연령이 더 내려가고 있다. 암호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카스 크리머스 전 옥스퍼드대 교수의 핵심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자오망(29), 다롄공대 교수로 나란히 임용된 쌍둥이 과학자 마둥한(35)과 마둥신 등이 대표적이다. 마둥신은 2012년 칭화대가 최고 5명의 학생에게 수여하는 특별 장학금을 받은 우등생으로 뽑힌 인물이다.

젊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대학들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해외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연구자들이 본국으로 돌아와 3년 이상 교수로 근무하는 경우, 3년간 연구비 900만위안(약 18억원)에 연봉 75만위안(약 1억5000만원)을 중국 정부가 조성한 ‘우수 과학 청년 기금’으로 보장한다. 추가로 생활비 100만위안과 특별 보조금 150만위안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중국의 교수 연봉(20만~35만위안)의 거의 6배에 달하는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의 연구 환경도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푸톈판 교수는 AI 기반 신약 개발과 관련해 “중국의 대규모 임상 연구가 귀중한 데이터가 된다”며 “(많은 데이터가) 중국 기술 기업들의 AI 발전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차세대 AI 발전 계획’을 발표하고 AI 분야의 인재 귀환 정책을 장기간 펼쳐왔다. 정부 정책에 맞춰 학교와 연구 기관들은 자유로운 연구 환경과 예산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중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려면 반드시 중국에서 받은 학사·석사 학위가 있어야 했지만, 올해부터는 칭화대, 푸단대 등 명문대들이 이런 입학 요강을 폐지하기도 했다. 해외에서 공부한 석·박사급 인재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서다.

중국 정부의 인재 귀환 유도는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지난 30일 공개된 ’베이징 유학파 백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베이징 거주자는 122만8500여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5분의 1(20.84%)이 과학·기술 관련 분야를 전공한 인력이다.

중국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연간 귀국 유학생 수는 2015년 40만명에서 2021년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들 중 40% 이상이 과학·기술·공학·수학(STEM)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양원(중국과학원과 중국공정원) 원사(院士·최고 과학자) 가운데 유학 경험자의 비율이 높다는 점도 확인됐다. 베이징에서 근무하는 중국과학원 원사 403명 중 유학 경험자는 302명(75%)에 달했고, 중국공정원 원사 448명 중에는 47%인 211명이 유학파였다. 중국과학원은 최근 “2023년 상반기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중국으로 복귀한 AI 인재 수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김효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