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K콘텐츠 리부트]세계는 열광하는데, 우리는 흔들린다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게티이미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K콘텐츠 이면에서 국내 산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은 높아졌지만, 국내 콘텐츠 산업은 수익성 저하와 투자 위축에 직면했다.

'BTS'와 '기생충', '오징어 게임'은 더 이상 특정 장르나 짧은 유행이 아닌, 하나의 시대를 상징하는 이름이 됐다. K드라마와 K팝, K웹툰은 세계인의 일상에 녹아들었다. K콘텐츠는 대한민국을 설명하는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산업 내부적으로는 화려한 성과 이면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제작비는 치솟고 수익은 줄었다. 글로벌 플랫폼 의존 속에 제작사의 협상력은 약화되고 있다.

전자신문

콘텐츠산업 수출액


◇K콘텐츠는 팔리는데, 돈은 안 남는다

K콘텐츠는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산업을 지탱하는 기반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년 기준 콘텐츠산업조사'에 따르면 K콘텐츠 수출액은 약 133억달러(약 19조 6000억원)로 집계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10년 전 대비 155%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전자·자동차·철강 등 주력 제조 산업의 뒤를 이을 차세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위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국내 콘텐츠 산업의 내부 지표는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13년 회당 평균 3억7000만원 수준이던 드라마 제작비는 2023년 기준 30억원 이상으로 8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회수 가능한 국내 수익은 줄고 있는 추세다. 수익 대비 비용 구조는 악화일로에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으로 방송 광고 수익은 감소하고, 전통 방송사의 드라마 편성 자체도 줄며 구조적 위축이 심화되고 있다. 방송 광고 시장 규모는 2014년 3조 3000억원에서 2023년 2조 5000억원대로 축소됐다. 영화 산업도 팬데믹 여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영화 관람객 수는 2019년 대비 약 46% 줄었고, 총매출도 1조 9140억원에서 1조 1945억원으로 약 38% 감소했다.

K콘텐츠는 세계인의 화면 속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경로가 국내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대부분 '바이아웃' 방식으로 거래된다. 플랫폼이 제작비를 선지급하는 대신, 저작권과 유통 권리를 모두 확보하는 구조다. 이로 인해 국내 제작사들은 흥행 이후에도 별도 수익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콘텐츠는 세계로 나아가지만, 수익은 플랫폼에 집중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넷플릭스를 통해 흥행한 다수의 K드라마도 제작사 입장에서는 큰 수익을 남기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 반면 넷플릭스는 자사 오리지널 콘텐츠로서의 독점성과 세계 콘텐츠 시장 점유율을 동시에 확보하며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는 콘텐츠의 글로벌화가 단순히 '많이 팔리는가'의 문제가 아닌, 수익과 권한 구조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따지는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K웹툰은 북미·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플랫폼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 배분 구조와 현지화 전략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세계 만화 시장 규모는 축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해외 이용자의 한국 웹툰 이용 시간도 감소했다. 일부 시장에서는 현지 창작자 주도의 플랫폼 진출이 증가하면서, 한국 웹툰의 독점적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음악 산업에서도 위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반 수출액은 약 2억 9183만달러(약 4305억원)로 전년 대비 0.55% 증가하는 데 그치며 사실상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 한때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4~5년 전과 달리, K팝의 향후 흐름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콘텐츠발전 시기별 주요 특징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흥행에서 산업으로…'K콘텐츠, 리부트'

K콘텐츠는 단순한 문화 상품을 넘어, 이제 대한민국의 글로벌 소프트파워를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콘텐츠 수출이 확대되면서 한국의 화장품, 식품, 패션, 관광 등 연관 산업의 해외 수요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은 영상이나 음악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전방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소프트파워 엔진' 역할을 수행 중이다.

하지만 콘텐츠 산업은 지금 기술·시장·자본 구조가 동시에 전환되는 시기를 맞고 있다. 이는 민간의 힘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창작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투자 확대, 글로벌 유통 플랫폼에 대한 협상력 확보 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창작-투자-유통-회수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K콘텐츠의 글로벌 성공 이면에 자리한 구조적 위기를 직시하고, 지금이야말로 산업을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지금까지 성장 중심으로 확장해온 한국 콘텐츠 산업은 이제 내수 중심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성장통을 겪고 더 큰 시장을 향한 구조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