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자신에 대한 탄핵 심판 7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피청구인석에 앉아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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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각·각하 시 尹대통령 구상은
헌법재판소가 오는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기각·각하 결정을 내리면, 윤 대통령은 직무 정지 111일 만에 업무에 복귀하게 된다. 윤 대통령은 업무 복귀와 동시에 미국발 통상 전쟁 대응에 나서고, 침체된 내수 경제 활성화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1일 “윤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하면 제일 시급한 건 눈앞에 닥친 미국발 통상 전쟁”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면담이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한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등 통상 압박을 예고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권한대행으로서 대미 외교 대응을 해왔지만, 정상급 외교를 통한 문제 해결엔 한계가 있었다.
계엄·탄핵으로 침체된 내수 경제 활성화 대책 등 적극적 경제 정책을 펼 가능성도 있다. 다만 내치(內治)보다는 외치(外治)에 주력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최종 변론에서 “대통령은 대외 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넘길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미 외교 관계 개선 외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깊어진 북러 밀월과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 대북 외교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서는 “정상급 외교를 통해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대화에 ‘한국 패싱’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런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맞춰 개헌론을 띄우며 야당과의 접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개헌 약속이 안정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당이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한다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해체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새로 선출된 당대표가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헌 작업에 힘을 싣고, 나아가 내년으로 예정된 지방선거도 치를 수 있다.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는 “애초에 비대위는 대통령 탄핵 국면을 수습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기각이 된다면 당도 하루빨리 정상 체제로 가야 한다”며 “당정(黨政)이 함께 외부적 불확실성을 제거해 나가면서 국민들께 안정감을 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야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복귀하면 조기 대선은 물 건너간 것이고 현실적으로 정권을 뒤집을 방법도 없다”며 “당분간은 불복 움직임이 있겠지만, 결국 여당과의 대화에 나서는 등 이성적 판단을 하지 않겠나”라는 말이 나왔다. 윤 대통령도 야당과의 관계 개선에 신경 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야당의 도움 없이는 국정 운영이 사실상 어려운 만큼 탄핵 이전과 다른 전향적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인용 시 與野 정치 일정은
헌법재판소가 오는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 대통령 궐위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대통령 파면 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재의 탄핵 결정 선고 10일 이내에 대선일을 공고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대선일은 5월 24일부터 6월 3일 사이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정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소속된 국민의힘은 헌재 심판이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그동안 조기 대선 관련 언급을 피해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여당(與黨) 지위를 잃은 상황에서 정권 재창출에 도전해야 한다. 국민의힘에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당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경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들 외에도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 중진 의원 등도 대선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경선 참여 인원만 10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에선 서류 심사 등을 통한 예비 경선으로 후보들을 걸러내고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합산한 본경선을 거쳐 대선 후보를 선출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후보 경선은 당원 투표 50%, 국민 여론조사 50%를 반영하는 현행 당헌·당규 규정을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행 경선 룰에 따르면, 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부 후보들이 일반 민심을 더 반영하는 쪽으로 경선 룰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대선 때까지 시간이 많지 않고 후보들 간 합의도 필요해 경선 룰 변경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조기 대선임을 감안해 경선을 3주 이내에 끝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다만 윤 대통령 탄핵에 따른 지지층 혼란 등을 수습할 필요가 있어 경선 기간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면 당대표직을 사퇴하고 대선 도전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4주 사이에 후보 선출을 마칠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후보 간 경선 룰을 빨리 확정하고 선거인단 모집, TV 토론, 권역별 순회 경선 등을 거쳐 후보를 선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돼 치러진 조기 대선 때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은 3주간 치러졌다. 당시 1차 예비경선(컷오프)은 당원과 일반 국민이 50%씩 참여해 본경선 진출 후보를 걸러냈고, 본경선은 전국대의원·권리당원·일반 국민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투표 방식으로 진행됐다.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 외에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박용진 전 의원, 김영록 전남지사, 전재수 의원, 이광재 전 강원지사, 김두관 전 의원 등의 경선 도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이들이 이 대표와 유의미한 경쟁을 벌일 수 있을지를 두고는 회의적인 전망도 나온다. 조국혁신당 등에선 범야권 후보 단일화 등을 염두에 둔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 경선)를 주장하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2022년 대선 때 이 대표가 0.73%포인트 득표율 차로 윤 대통령에게 패한 만큼 최대한 야권 표 결집을 위한 단일화 방안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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