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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새로운 인생 또 시작”… 사저 정치 시동 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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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서초동 사저로 옮길 듯

지난 4일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주말에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머물며 대통령실 참모, 변호인단, 일부 국민의힘 인사를 만났다. 윤 전 대통령은 거처를 사저로 옮길 준비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번 주 중·후반쯤 관저를 나와 서울 서초동 사저로 이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헌재의 탄핵 인용 선고 직후 일부 대통령실 참모와 점심을, 이어 변호인단과 저녁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분위기가 무거웠지만 윤 전 대통령은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며 “‘새로운 인생을 또 시작하게 됐다‘는 소회도 밝혔다”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검사 시절에도 권력을 상대로 수사를 밀어붙이다 좌천과 징계 등을 겪은 것처럼 자기 앞에 닥친 시련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렸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5일엔 관저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차담(茶談)을 했다. 나 의원은 탄핵 국면에서 윤 전 대통령 수사와 탄핵 심판의 절차적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윤 전 대통령은 나 의원에게 “어려운 시기에 역할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은 또 우리나라가 안팎으로 처한 어려운 상황과 조기 대선 등에 관해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 나라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걱정이 참 많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의 만남은 윤 전 대통령이 제안해 성사됐고, 배석자는 없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만나서는 “대선과 관련해서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당을 중심으로 대선 준비를 잘해서 꼭 승리하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국민의힘이 분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은 6일엔 변호인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나라의 엄중한 위기 상황을 깨닫고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싸운 여러분의 여정은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저는 대통령직에서는 내려왔지만,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나라와 미래의 주인공은 바로 청년 여러분”이라며 “청년이 용기를 잃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오늘의 현실이 힘들어도 결코 좌절하지 마십시오.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십시오”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2월 13일 저녁 청계광장을 가득 메웠던 여러분의 첫 함성을 기억한다”며 “몸은 비록 구치소에 있었지만, 마음은 여러분 곁에 있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지지층을 향해 메시지를 내자 국민의힘 일각에선 “조기 대선에서 일정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 친윤계 인사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등의 움직임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와 줄탄핵 때문에 국정이 마비됐다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는 만큼 거대 야당의 집권을 저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서초동 사저로 옮긴 뒤에도 메시지를 내며 이른바 ‘사저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 이틀 만에 사저로 거처를 옮긴 뒤 장기간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았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인성


다만 윤 전 대통령이 정치적 역할을 모색하기 쉽지 않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이 헌재에서 파면된 데다, 내란 혐의 관련 형사재판과 검찰 등의 수사가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특검 등도 계속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사저 정치‘에 나설 경우 계엄과 탄핵에 대한 국민의힘 책임론이 부각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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