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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금)

천문학계 골드러시 시작?…유클리드 첫 과학 데이터 꾸러미 공개[코스모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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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아름다운 순간 : 월간 우·아
코스모스토리 속 우주의 아름다운 순간을 모아 전해드리는 '월간 우·아'입니다. 인류는 오랜 시간 우주를 탐구하면서 다양한 발견을 했습니다. 망원경으로 포착한 광활한 우주공간 속 놀라운 결과물을 모아 매달 소개합니다.

1.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의 첫 딥필드 과학 데이터가 공개됐습니다. 이제 지정된 이미지가 아닌 광활한 관측 영역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2.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소용돌이치는 듯한 우주 토네이도 '허빅-아로 49/50'을 관측했습니다.
3. 보이저 2호의 해왕성 플라이바이 비행 이후 수십 년간 숨바꼭질하던 해왕성 오로라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유클리드의 딥필드 관측 남부 영역에서 70배 확대한 이미지. ESA/유클리드/유클리드 컨소시엄/NASA, 이미지 처리 : J.-C. 쿠일랑드르, E. 베르탱, G. 안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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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계 골드러시 시작되나…유클리드 첫 과학 데이터 꾸러미 공개


지난해 2월부터 암흑물질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관측 임무를 진행 중인 유클리드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과 허블 우주망원경 대비 넓은 시야각으로 밤하늘의 약 1/3에 해당하는 영역을 관측해 우주 3D 지도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이아&플랑크 하늘 지도에서 유클리드가 관측한 딥 필드의 위치(노란색 영역). ESA/유클리드/유클리드 컨소시엄/NASA, ESA/가이아/DPAC, ESA/플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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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지난달 19일. 전 세계 천문학자들은 모두 숨죽이며 유클리드의 과학 데이터 발표를 기다렸습니다. 지금까지 수차례의 관측 이미지 공개는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유클리드 임무의 본질인 딥필드 관측 데이터 꾸러미를 공개하기 때문입니다.

유클리드는 다른 우주망원경에 비해 관측 화각이 압도적으로 넓어 목표 천체를 포함한 주변의 영역까지 한 번에 담아냅니다. 근적외선 촬영을 하는 덕분에 우주의 끝을 관측한다는 제임스 웹만큼은 아니지만 약 100억 광년 거리의 빛까지 담아낼 수 있습니다.

노컷뉴스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의 딥필드 남부 데이터의 줌아웃 영상 ESA/유클리드/유클리드 컨소시엄/NASA, 이미지 처리 : J.-C. 쿠일란드레, E. 베르탱, G. 안셀미, M. 왐슬리, M. 휴어타스 컴퍼니, ESA/가이아/DPAC



딥필드 관측은 일정 지역을 오랫동안 관측하면서 수십~100억 광년까지 떨어진 희미한 빛을 담아내는 작업입니다. 일반적인 관측보다 더 많은 빛을 담아 깜깜한 우주 속에 숨어있는 더 많은 천체의 모습이 보입니다.

특히 이번 과학 데이터는 유클리드가 관측임무를 시작하고 처음 공개하는 첫 딥필드 관측 데이터입니다.

공개된 딥필드의 영역은 전체 하늘의 1/3인 1만 4천 제곱도의 하늘 중 0.4%에 해당하는 63.1 제곱도의 영역에 해당합니다. 매우 작은 숫자로 보이지만, 이는 실제로 보름달의 300배가 넘는 넓이입니다.

유클리드의 딥필드 관측 영역 : 남부 . ESA/유클리드/유클리드 컨소시엄/NASA, 이미지 처리 : J.-C. 쿠일랑드르, E. 베르탱, G. 안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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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클리드의 딥필드 관측 영역 : 북부 . ESA/유클리드/유클리드 컨소시엄/NASA, 이미지 처리 : J.-C. 쿠일랑드르, E. 베르탱, G. 안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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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클리드의 딥필드 관측 영역 : 포낙스 . ESA/유클리드/유클리드 컨소시엄/NASA, 이미지 처리 : J.-C. 쿠일랑드르, E. 베르탱, G. 안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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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역의 위치는 어느 곳일까요?

지구에서 보이는 하늘을 2차원으로 펼쳐 놓은 '가이아&플랑크(Gaia&Planck) 하늘 지도'에서 바라볼 때, 이번에 관측한 부분은 총 세 곳입니다. 우리은하를 기준으로 서북쪽의 '딥필드 북부', 동남쪽의 '딥 필드 포낙스', 그리고 포낙스보다 조금 더 동남쪽에 '딥필드 남부'입니다.

유클리드는 이 영역에서 38만 개 이상의 은하와 약 500개의 중력렌즈 후보군을 담아냈습니다. 관측 영역의 거리는 약 100억 광년에 달하죠. 어떤 우주망원경도 이 정도의 넓이와 거리로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유클리드가 포착한 다양한 형태의 은하들. ESA/유클리드/유클리드 컨소시엄/NASA, M. 이미지 처리 : 윔슬리, M. 휴어타스 컴퍼니, J.-C. 쿠일랑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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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클리드가 포착한 강력한 중력 렌즈 현상. ESA/유클리드/유클리드 컨소시엄/NASA, M. 이미지 처리 : 윔슬리, M. 휴어타스 컴퍼니, J.-C. 쿠일랑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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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관측 결과 발표에서는 이들 영역에서 주요 천체를 설명하곤 했지만 이번에는 데이터 꾸러미로서 필드 속 수많은 천체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희귀하다고 알려진 중력렌즈 효과로 발생하는 아인슈타인 링도 여러 개 발견됐습니다. 중력 현상은 암흑물질의 분포와 성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3D 우주 지도를 구축하는데 핵심자료가 됩니다.

이어 자료 속에는 다양한 각도에서 보이는 나선은하들의 모습도 관측됐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은하의 모습은 중앙의 은하핵을 두고 회오리치는 정면의 모습이지만 이 자료를 통해 은하의 형태와 진화 과정을 연구하는 데 유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클리드의 딥필드 관측 북부 영역에서 보이는 고양이 눈 성운(NGC 6543). ESA/유클리드/유클리드 컨소시엄/NASA, 이미지 처리 : J.-C. 쿠일랑드르, E. 베르탱, G. 안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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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딥필드 관측 데이터에는 얇게 실눈을 뜨고 바라보는 듯한 고양이 눈 성운(NGC6543)도 관측됐습니다. 이 성운은 별이 생애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외곽층이 탈락해 주변에 가스 고리를 만들어내는데요. 행성이 죽어가는 모습과 후기 진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어 연구 가치가 있는 천체입니다.

한편, 유클리드의 관측 데이터는 유럽우주국 홈페이지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원시별의 소용돌이 인가…우주 토네이도의 베일을 벗긴 제임스 웹


허빅-아로 49/50 전경. NASA, ESA, CSA, STS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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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레온 자리 방면 625광년 거리. 거대한 블랙홀에서 방출되는 제트를 연상시키는 '허빅-아로 49/50(Herbig-Haro 49/50)'.

지난 2006년 스피처 우주망원경이 관측했을 때 천문학자들은 나선형 모양으로 회전하며 무언가를 방출하는 모습을 한 이 천체를 '우주 토네이도'라고 불렀습니다. 마치 제트보트에서 발생하는 물거품 모양과 흡사합니다. 수면 밑에서 모터 팬이 회전하고 이에 물보라가 발생하며 길게 꼬리를 문 물거품이 발생하는데 일정거리가 되면 다시 흩어지며 사라집니다.

허빅-아로 천체는 원시별에서 분출되는 제트가 주변의 기체구름과 충돌할 때 만들어지는 성운 모양의 천체를 말합니다. 우주에는 수많은 원시별이 제트를 뿜어내고 있고 그 모양은 각양각색이기 때문에 발견한 순서에 따라 숫자를 부여하며 구분합니다.

스피처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이미지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이미지. NASA, ESA, CSA, STScI, NASA-JPL, S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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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있는 우주 속 천체들을 적외선 관측으로 보다 자세하고 선명하게 재조명하고 있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이 신비로운 모양의 '허빅-아로 49/50' 천체를 2024년 8월 다시 바라봅니다. 근적외선·중적외선 두 가지 모드의 관측 능력을 지닌 제임스 웹은 가시광선의 빛으로 볼 수 없었던 천체들의 진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미지의 상단에서 동그랗게 빛나는 원시별은 허빅-아로 천체에서 약 1.5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원시별 'Cederblad 110 IRS4'로 생성된 지 수천만 년에서 백만 년밖에 안된 어린별입니다. 황금기에 해당하는 이 별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질량이 증가하고 더 밝아질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번 관측에서 선명하게 보이는 나선팔 안에 위치한 붉은 덩어리는, 뜨거운 먼지와 함께 별이 형성되는 위치를 보여줍니다.

원시별은 행성 활동으로 제트를 뿜어내는데 이는 허빅-아로가 있는 기체 구름과 충돌하면서 압축돼 가열되다가, 적외선 파장의 빛을 방출하며 냉각됩니다. 웹이 관측한 적외선 모양은 수소 분자와 일산화탄소 분자로 구성돼 있습니다. 허빅-아로 천체들은 제트의 세기, 먼지입자의 종류, 분포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데 이곳에서는 마치 회오리치는 기둥인 토네이도 모양처럼 보입니다.

마침내 발견한 푸른행성 상공의 녹색띠…사상 첫 해왕성 오로라를 관측한 제임스 웹


지난 1989년 8월 25일 보이저 2호가 해왕성을 관측한 이미지. NASA/J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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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가 있는 태양계 행성은 태양에서 뿜어내는 태양풍이 행성의 자기장에 갇혀 상층 대기와 충돌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때 충돌한 에너지는 빛을 만듭니다. 이 빛이 바로 오로라입니다.

충돌하는 태양풍의 세기에 따라서 오로라의 규모도 커지는데요. 지상에서는 하늘에 빛의 커튼이 달린 것처럼 아름답게만 보입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1989년 보이저 2호의 해왕성 근접비행에서 오로라 활동에 대한 아주 약간의 힌트만 포착했고 이후 해왕성 오로라 관측을 시도했지만 매번 실패했습니다.

목성, 토성, 천왕성 등 태양계의 다른 목성형 행성도 오로라 관측에 성공했지만 유독 해왕성에서만큼은 관측할 때마다 오로라는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해왕성의 오로라는 근적외선의 아주 민감한 감도로만 관측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가시광선으로 관측하는 보이저 2호와 허블 우주망원경은 해왕성 오로라의 빛을 포착하기 어려웠습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해왕성(왼쪽),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데이터를 추가한 해왕성의 모습. NASA, ESA, CSA, STScI, 하이디 해멜(AURA), 헨릭 멜린(노섬브리아 대학교), 리 플레처(레스터 대학교), 스테파니 밀람(NASA-GS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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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기존의 관측 방식을 변경해 제임스 웹의 근적외선 분광기(NIRSpec) 관측을 지난 2023년 6월에 진행했고 해왕성 상층 대기에서 오로라 생성의 열쇠인 삼중수소 양이온(H)의 존재를 나타내는 방출선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해왕성에서 발견된 오로라는 지구를 포함한 다른 태양계 행성에서 발견되는 모습과 조금 다릅니다. 바로 발견된 위치인데요. 북극과 남극, 극지방에 근접한 곳이 아닌 중위도에서 관측됐습니다. 이 위치를 지구에 대입한다면 남미 상공에서 오로라가 보입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을 해왕성의 기울어진 자기장 때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해왕성은 자기장이 행성의 자전축에서 약 47도 기울어져있고, 오로라가 자전축 극점에서 멀리 떨어져 있게 됐습니다. 오로라는 자기장이 대기로 수렴하는 위치에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수십 년 동안 해왕성 오로라 관측을 성공하지 못한 실마리를 온도 때문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보이저 2호가 플라이바이로 해왕성에 근접했을 당시 최상단 대기의 온도를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 온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왕성 오로라에 대한 예측을 하고 관측을 진행해왔습니다.

얼음 행성으로 알려진 해왕성은 다른 행성 대비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그만큼 행성이 냉각될 것으로 감안했지만 관측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이번 제임스 웹의 관측으로 측정한 해왕성 상층 대기는 수백 도 냉각돼 있었습니다. 이는 행성 대기의 온도가 낮을수록 오로라의 세기도 약해진다는 특성 때문에 지금까지 해왕성의 오로라가 잘 발견되지 않은 이유일 가능성이 큽니다.

연구 논문의 공동저자인 레스터 대학교의 리 플레처는 "오로라를 계속 연구하기 위해 적외선 파장에 맞춰 기기를 조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며 "마침내 이전에 숨겨져 있던 거대 행성의 마지막 전리층에 대한 창을 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놀라운 관측은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 경이로운 우주의 다양한 모습은 매달 새롭게 공개됩니다.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의 파장을 넘어 적외선과 X선까지 활용해 우리은하와 그 너머에 존재하는 우주 끝자락 원시 은하까지 천문학자들의 관측은 계속됩니다. 한달 뒤 우리는 또 어떤 신비로운 모습을 보게 될까요. 우주의 아름다운 순간, '월간 우·아' 다음 달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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