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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토)

‘신이 내린 건축가’ 가우디, 가톨릭 聖人 반열 오를 길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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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대표적인 축일 부활절(20일)을 엿새 앞둔 14일 오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명소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성 가정)’ 대성당 정면에서 펼쳐지는 조명 쇼를 관람객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성당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1852~1926·아래 사진)를 가경자(可敬者)로 선포했다. 가경자는 성인의 반열에 오르기 전에 거쳐야 하는 단계다. 1882년 착공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은 지금도 공사 중이다./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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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건축가‘로 불린 스페인의 안토니오 가우디(1852~1926)를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경자(可敬者)‘로 선포했다고 교황청이 지난 14일 밝혔다. 가우디는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성 가정) 대성당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교황청 성인 심의위원회는 이 같은 교령을 발표하며 가우디를 “주님과 일치를 위한 갈망으로 움직인 충실한 평신도” “평범함을 뛰어넘는 선하고 도덕적인 삶을 산 사람”으로 표현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가경자는 가톨릭 교회의 성인(聖人)이 되기 위한 두 번째 단계로, 가우디는 2003년 생전 신앙심을 인정받아 시성의 첫 번째 단계인 ‘하느님의 종‘에 지정됐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날 가우디의 ‘영웅적 덕행‘을 인정함으로써 22년 만에 가경자가 됐다. 향후 복자(福者) 심사를 거쳐 성인이 될 길이 열린 셈이다.

바티칸 뉴스는 가우디의 가경자 지정 소식을 보도하며 “그의 초점은 예술을 주님을 찬양하는 찬송으로 만드는 것이었으며,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알리고 그분께 더 가까이 데려오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겼다”고 했다. ‘신이 내린 건축가‘로 불리며 현대 종교 건축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 가우디 작품의 종교적 영향력을 교황청이 폭넓게 인정한 결과로 풀이된다.

안토니 플라시트 길롐 가우디 이 코르네트(Antoni Placid Guillem Gaudi i Cornet)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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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2년 착공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은 이듬해부터 가우디가 감독을 시작했다. 당시 31세 신예 건축가였던 가우디는 신고딕 양식에 당대 유럽에서 유행한 아르누보 양식을 결합하는 파격적인 설계를 내놨다. 생전 “내 고객(하느님)은 서두르지 않으신다”고 말해 완공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고, 실제 착공 14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미완공 상태다.

이후 평생을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건축에 헌신한 가우디는 1926년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전차에 치여 사망했고 성당 지하묘지에 안장됐다. 저명한 건축가였음에도 남루한 행색 탓에 모두 그를 노숙인으로 여겨 제대로 치료를 받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가우디는 “옷차림을 보고 판단하는 이들에게 거지 같은 가우디가 이런 곳에서 죽는다는 걸 보여줘라. 가난한 사람들 곁에 있다가 죽는 게 낫다”고 말했다고 한다.

2010년 당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아직 미완성 단계였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을 축성하며 준대성전(마이너 바실리카)으로 승격시켰다. 당시 교황은 “창의적 건축가였던 가우디는 생의 마지막까지 신앙의 횃불을 밝혔던 실천적인 기독교인”이라고 했다. “가우디는 자신의 정신을 하느님께 개방함으로써 바르셀로나에 아름다움, 신앙, 희망의 공간을 창조했고, 이를 통해 인간은 진리이자 아름다움 그 자체인 주님을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가우디가 향후 복자와 성인 반열에 오르려면 바티칸 심의위원회가 가우디와 관련한 불치병 치유 같은 ‘기적‘의 증거를 까다롭게 심사해야만 한다. 가톨릭 교회에서 예술가가 성인 반열에 오른 사례는 많지 않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대표 화가인 프라 안젤리코(1390~1455)가 과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때 복자로 선포된 적이 있다.

한편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은 설계도상 목표인 총 18개의 탑 중 13개가 완성된 상태다. 당초 스페인 정부는 가우디 서거 100주년인 2026년에 완공하겠다고 공언했었으나 실제로는 빨라야 2030년에나 완공되고, 세부 장식물 배치 작업은 그보다도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경자(可敬者·Venerable)

‘공경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가톨릭 시성(諡聖)의 둘째 단계다. 첫째 단계인 ‘하느님의 종’ 단계에서 ‘영웅적 덕성’을 교황이 인정하면 가경자가 된다. 이후 교황청의 기적 심사 등을 거쳐 복자(福者)로 시복되고 최종적으로는 성인(聖人)으로 추대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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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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