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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토)

‘韓의 재판관 지명’ 가처분, 금주 결론 나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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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평의 열어 사건 심리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이완규·함상훈)을 지명한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사건 선고가 이르면 이번 주 나올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15일 평의를 열고 재판관 지명에 대한 헌법소원과 권한쟁의 심판의 가처분 사건을 심리했다. 16일에도 오전, 오후 내내 평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오는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 전, 후임자 지명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려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권한대행이 지난 8일 신임 재판관 후보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하자, 김정환 변호사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은 헌재에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과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같은 취지의 권한쟁의 심판과 가처분을 신청했다. 헌재는 마은혁 재판관을 주심으로 지정하고 신속하게 심리에 나섰다. 재판관 9명 중 5명 이상이 가처분을 인용하면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은 효력이 정지된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가처분 신청 자격 있나… 없으면 ‘각하’

재판관 지명의 효력을 다투는 가처분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당사자가 가처분을 신청할 자격이 있는지’와 ‘권한 대행의 대통령 몫 재판관 지명이 위헌인지’ 하는 것이다.

김 변호사 등은 “한 권한대행에 의해 위헌적인 재판관이 지명·임명되면, 현재 헌법 소송을 수행 중인 변호사나 재판 당사자가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 의장도 “국회의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 심의·표결권 등 인사 청문권이 침해됐다”고 했다.

그러나 한 권한대행 측은 “재판관 지명이 변호사들이나 국회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아 각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재판관 후보자 발표는 헌법소원 대상인 ‘공권력 행사’가 아닌, 임명을 위한 내부적 절차에 불과해서 가처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신청인 자격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한 헌법 전문가는 “헌재에서 소송을 수행하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재판관 지명에 대한 헌법 소원을 허용한다면, 앞으로 마음에 안 드는 재판관이 지명될 때마다 마구잡이로 소송을 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자격이 없는 재판관이 임명되면 적법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권한쟁의 사건에서 국회는 소송 자격이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노 변호사는 “한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지명해 국회의 인사 청문회를 막거나 방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대통령 몫’ 지명 가능한지... 의견 분분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재판관을 지명하는 일의 위헌 여부에 관해선 학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다수설은 “권한대행은 ‘현상 유지’ 차원에서만 대통령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서, 대통령 몫 재판관을 임명하는 적극적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 등도 “한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지명한 것은 차기 대통령의 임명권을 선취하는 것으로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헌법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 한계를 따로 규정하지 않아 재판관 지명이 가능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권한대행 측은 최근 헌재에 “권한대행은 헌법이 정하고 있는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다.

◇헌재, 후보자 청문 자료 제출 안 해 논란

헌재가 재판관 지명에 대한 가처분을 인용하면, 헌법 소원이나 권한쟁의 사건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두 후보자 지명 및 임명 절차는 중단된다. 한 권한대행이 지명한 두 후보자의 임명은 사실상 취소되고, 차기 대통령이 새로운 후보자를 지명·임명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반대로 기각되면, 한 권한대행은 재판관 후보자들의 인사 청문 요청안을 제출하고, 국회는 20일 내 인사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 국회가 인사 청문회를 열지 않으면 한 권한대행은 10일 내 기일을 정해 청문 경과 보고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국회가 재차 거부하면 한 권한대행이 직접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

한편, 헌재는 가처분 선고를 앞두고 두 재판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에 필요한 학력·경력 사항 등 서류를 인사혁신처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후보자들의 인사 청문 대응단도 꾸리지 않았다고 한다. 헌재 관계자는 “인사 청문 절차에는 협조하겠지만, 가처분 사건이 진행 중이라 서류 제출 등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헌재가 가처분 사건 결론을 내리기 전에 재판관 임명을 못 하게 하려고 서류 제출 등을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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