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울산·대전·서울서 살인·살인미수 이어져
"왜 계속 이러나"…커지는 시민 불안
관계당국, 피해자 보호 대책 마련 분주
"빠른 판단 중요…스토킹 위험성 인식해야"
30일 오전 11시 45분께 대전 중구 한 지하차도 근처에서 전 연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A(20대)씨가 도주 약 24시간 만에 긴급체포 됐다. 사진은 A씨가 도주에 이용한 렌터카 주변으로 폴리스라인이 처져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죽음으로 이어진 관계성 범죄…피해자 보호 `구멍`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4일 서울시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상관없이 재범 위험성이 높은 가해자에 대해선 전자 장치 부착, 유치장 유치, 구속 등을 통해 피해자로부터 적극 분리하는 기준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관계성 범죄 피의자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지 않게 재범 위험성 평가를 적극 활용하고 사전 개입부터 사후 관리까지 보호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지난달 31일 “고위험 관계성 범죄 대응에 경찰의 역량을 보다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 수뇌부가 잇따라 관계성 범죄에 강력한 대응 의지를 내비친 것은 최근 의정부와 울산, 대전, 서울 등에서 잇따른 사건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경기도 의정부에서 한 여성이 경찰에 3회 스토킹 신고를 했음에도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어 지난달 28일 울산에서도 스토킹 피해자가 가해자의 흉기에 찔려 중태에 빠졌다. 같은달 29일 대전에서도 30대 여성이 전 연인에 의해 숨지는 교제살인이 일어났다. 31일엔 서울 구로구에서 50대 여성이 동거 중이던 중국인 60대 남성이 휘두른 칼에 맞아 숨졌다. 지난해 스토킹 범죄 피의자 검거율이 96%에 달하지만 결국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는 미흡했던 셈이다.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경찰이 관계성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가해자에게 일정 기간 구금하는 ‘잠정조치 4호’를 취하려 해도 검찰과 법원을 거치며 기각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실제 잠정조치 4호에 대한 법원 결정률은 올해 1~5월 40% 수준으로 확인됐다. 울산 사건 경우에도 경찰이 잠정조치 1~4호를 신청했지만 검찰이 1~3호 조치만 신청하라며 돌려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 빠르고 강력한 대응 필요”
관계성 범죄에 대한 안일한 대처가 부른 참극은 결국 시민들의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강남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42)씨는 “최근 비슷한 범죄가 계속 벌어져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며 “매번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데 더 확실하고 강한 처벌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모(32)씨도 “법이 미비하니 계속해서 강력 범죄가 벌어지는 것 아닌가.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관계성 범죄에 대해 근본적으로 피해자 중심의 원칙을 세우는 한편 가해자에 대해선 구금 등 강력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스토킹은 반복성이 있는데, 스토킹 처벌법으로 6개월이든 1년이든 구금해 교도소에서 보복 응징을 생각하는 인지구조를 바꾸도록 개선 교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살인까지 이어지는 스토킹 범죄의 위험성 인식이 중요해 검사와 판사에 대해서도 이러한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잠정조치가 평균 3~5일 소요된다는 실태조사가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스토킹 범죄에 대해선 빠른 판단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도 “지금까지 가해자 중심으로 판단하며 도주 우려나 재범 위험도 등을 기계적으로만 해석해왔다”며 “접근 금지 명령을 가해자가 지키지 않는 이상 소용이 없고 피해자에게 스스로 피하라는 식이었다.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릴 때 전자발찌 착용을 동시에 처분하도록 하는 등 강하게 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법무부와 검찰 및 경찰은 6일 오후 ‘스토킹범죄 대응 협의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관계자들은 실효적인 피해자 보호 방안을 협의하고 협력 체계를 공고하게 만드는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