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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마스가 프로젝트' 협력 시급한데…여전히 양대 조선소 '집안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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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세 협상 카드로 美 조선업 부흥 지원 '주효'

    서로 머리맞대 국익 극대화 모색해야 하는데

    HD현대중·한화오션, 여전히 국내 사업서 '으르렁'

    악순환 끊으려면 관급·도급 개선 등 정부 노력 절실

    "전문화·계열화 도입으로 K-함정 경쟁력 강화해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한미 조선 협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여전히 국내 시장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카드로 우리 측이 제시한 미국 조선업 부흥 지원(마스가 프로젝트)에 차질이 우려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이 국내 함정 사업과 관련해 한화오션을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총 3건을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두 잠수함 사업 관련이다.

    한화오션은 △수직 발사 체계 △연료 전지 체계 △통합 양강 마스트 △함수부 무장 체계 분야 기술을 독점하고 있다. 여기에는 업체 자체 투자 기술과 정부 과제를 통해 획득한 기술이 섞여 있다. HD현대중공업이 잠수함 사업에 참여하려면 이들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화오션으로부터 사와야 한다.

    앞서 214급 잠수함(장보고-II) 창정비 사업을 수주한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의 양강 마스트 공급 과정에 불공정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양강 마스트는 잠수함 상부 구조물에 설치되는 장비로 잠망경·레이더·통신기 마스트 등이 있다. 한화오션이 관련 기술 보유 업체인 독일 가블러와 배타적 협력관계를 맺고 불필요한 정비부품과 서비스를 일괄 구매케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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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4월 4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열린 3000톤급 잠수함 3번함 ‘신채호함’ 인도·인수식에서 신채호함이 특수선사업부 내 십 리프트(ship lift)에 정박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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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신채호함(장보고-Ⅲ Batch-Ⅰ 3번함) 사업에서도 한화오션이 과도한 비용을 청구했다는 입장이다. 총 6440억원의 사업비 중 한화오션이 공급하는 함수부 무장체계, 연료 전지 체계, 수직 발사 체계 장비 가격이 2150억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 2건에 대해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8월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장보고-III 배치-II 3번함 입찰 때도 한화오션이 이들 4종 장비의 견적 회신을 10개월 이상 늦게 했다고 주장한다. 또 입찰 2주를 남겨놓고 한화오션이 확정 제시한 견적이 기존 대비 720억원이나 늘어 정상적 입찰이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당시 HD현대중공업은 방위사업청이 제시한 예정가격(예가) 이상의 가격을 써내 입찰 자격 자체를 상실했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올해 2월 한화오션을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로 고발 조치했다.

    이들 사안의 공통점은 경쟁업체가 독점 보유한 기술을 입찰 참가업체가 자체 조달토록 하는 ‘도급’ 사업이었다는 것이다. ‘관급’ 장비로 채택해 정부가 일괄 구매했다면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최근 214급 잠수함 성능개량 사업도 마찬가지다. LIG넥스원 말고는 대안도 없는 소나(음파탐지기) 기술을 조선소 책임의 도급으로 지정했다. 조선소의 체계통합능력보다 사실상 해당 업체와의 한 팀 여부가 승패를 갈랐다는 평가를 받는 사업이었다. 탈락한 한화오션은 나랏돈으로 개발한 소나 관련 기술자료와 견적을 받지 못한 불공정 경쟁이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방사청의 도급 지정 관행이 지속될 경우 이같은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 발주 예정인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KDX-Ⅱ) 성능개량 사업은 전투체계 최신화가 핵심이다. 검증된 수상함 전투체계 기술은 한화시스템만 갖고 있다. 역시 도급으로 지정될 경우 이 업체와 손잡는 조선소가 사업을 따낼 것이고, 탈락 업체는 반발할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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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오션이 수행한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가 지난 3월 MRO 작업을 마치고 거제조선소를 나서고 있다. 아래는 정비 전 모습. (사진=한화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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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사청은 성능·비용·일정 등 정부의 책임 문제와 특혜 시비 등에 따른 정책감사 부담을 호소한다. 경쟁 중심의 도급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 관급 장비 지정의 경우 이를 위한 별도의 입찰 과정을 거쳐야 하는 행정의 비효율도 강조한다.

    하지만 대미 진출 전략을 조율하고 협력 기회를 확대해 국익 극대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기다. 국내 ‘집안싸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개발비를 전액 또는 일부 부담한 장비나 기술을 관급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해결책 중 하나로 제시한다. 전문화·계열화 도입을 통한 실질적인 ‘코리아 원팀’ 정책 필요성도 제기된다.

    방위사업추진위원을 역임한 박진호 국방부 정책자문위원은 “방사청이 보다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지 않으면 국내 방산 기업들은 안보 국익보다 기업의 사익을 앞세워 사업별로 기업 간 이합집산을 반복할 것”이라면서 “선진화되고 지속 가능한 전문화·계열화 제도 도입으로 우리 기업들이 국내 출혈 경쟁을 멈추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각적 노력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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