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감독이 팀 우승 직후 베트남 U23 축구대표선수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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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베트남 - 341] ‘김상식 매직’이 다시 한 번 동남아시아 축구계를 흔들었습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는 김상식 감독이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며, 베트남 축구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김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7월 2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25 아세안축구연맹(AFF)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홈팀 인도네시아를 1대 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로써 베트남은 2022년, 2023년에 이어 대회 3연패를 달성했고, 김 감독은 이 대회의 새 주인으로 우뚝 섰습니다. 인도네시아 홈팬들의 거센 응원에도 베트남은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전반 37분 선제골을 넣은 베트남은 인도네시아의 파상 공세를 막아내며 승리를 지켜냈습니다.
이번 우승은 여러모로 의미를 부여할 만합니다. 한 번의 우승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김 감독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열린 AFF 미쓰비시 일렉트릭컵에서도 베트남 성인 대표팀을 이끌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습니다. 단 7개월 만에 AFF 챔피언십과 AFF U-23 챔피언십 두 대회 모두에서 정상에 오른 것입니다.
이 성과는 베트남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박항서 전 감독조차 이루지 못한 대업입니다. 박 전 감독은 2018년 AFF 챔피언십 우승, 2019·2021년 SEA 게임 금메달, 2018년 AFC U-23 아시안컵 준우승 등 놀라운 성적을 냈습니다. 하지만 성인과 U-23 대표팀을 같은 해에 동시 우승으로 이끈 적은 없었습니다.
김 감독의 지도력이 빛난 이번 우승은 베트남 전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결승 직후 공식 축하 서한을 보내 “젊은 선수들의 용기와 단결, 그리고 김상식 감독의 리더십이 만들어낸 자랑스러운 결과”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축구협회, 올림픽위원회가 함께 마련한 포상금과 표창이 이어졌습니다. 김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단 전원은 총리 명의의 표창과 공로상을 받았습니다. 포상금 5억 동(약 2700만 원)도 지급됐습니다. 김 감독은 여세를 몰아 연말 열리는 제33회 동남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다음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그는 여름 휴가 대신 V리그(베트남 프로축구)를 직접 챙기며 선수 발굴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달리 결승에서 패한 인도네시아는 씁쓸한 분위기에 휩싸였습니다. 홈팬들의 뜨거운 응원 속에서도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 데다, 최근 7개월간 대표팀의 성과도 기대에 못 미친 탓입니다. 인도네시아 언론 JPNN은 경기 직후 “왜 인도네시아에는 김상식 같은 감독이 없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현 지도부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을 이끌던 시절의 신태용 감독. <자카르타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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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은 2년 전 팀을 잘 이끌던 한국 출신 신태용 감독을 경질한 바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다수 매체는 “팬들은 신태용 감독을 그리워하고 있다”며 SNS에서 다시 불붙은 신 감독 복귀 요청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실제로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 회장의 SNS에 신 감독의 재선임을 요구하는 다수의 댓글이 달릴 정도입니다.
신 감독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인도네시아 팀을 맡아 AFC 아시안컵 16강,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 등 굵직한 성과를 이끌었습니다. 특히 그가 떠난 직후 대표팀은 귀화 선수 보강에도 불구하고 아시안컵에서 패배하고, 이번 U-23 챔피언십에서도 준우승에 그치며 리더십 공백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신 감독은 현재 K리그1 울산 HD의 차기 사령탑으로 부임할 가능성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울산은 김판곤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했고, 신 감독은 “울산으로부터 제안을 받았고, 현재 검토 중”이라고 직접 밝혔습니다.
인도네시아 일각에서는 신 감독의 연봉까지 거론하며 아쉬움을 표하고 있습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신 감독이 인도네시아에서 받았던 연봉은 연 200만 달러(약 28억 원)에 이르렀습니다. K리그 감독으로 복귀한다고 해도 아무리 최고 대우를 받는다 하더라도 이 정도 수준은 불가능합니다. 몇몇 인도네시아 언론은 “연봉만 놓고 보면 신 감독이 돌아오는 것이 더 나았을 수도 있다”며 신 감독에 대한 향수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김상식이라는 지도자를 얻었고, 동남아 정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신태용이라는 명장을 떠나보내고 다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동남아 축구판에 ‘K감독’ 열풍이 거센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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