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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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종전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두 가지 종전 후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하나는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안보 보장을 받으며 안전한 독립국으로 남는 것, 하나는 러시아의 영향권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단 두 시나리오 모두 일부 영토 포기는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3년 넘는 전쟁으로 피로감이 쌓인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몰아내고 옛 국경을 되찾는 건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 아래 결말은 두 가지로 좁혀졌단 설명이다. 실제로 7월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우크라이나인들의 69%는 협상을 통한 종전을 선호했다. 3년 전(22%)보다 3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전쟁 피로감이 드러난다.
①분할과 보호: 첫 번째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영토 일부를 넘겨주고 나머지 영토를 서방의 보호 아래 독립 국가로 유지하는 구조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전면적인 영토 회복이 어렵다는 현실을 사실상 받아들이고 현재 전선을 동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에 영토를 분할하더라도 법적으로 인정하진 않겠단 입장이다. 15일 BBC에 따르면 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 우크라이나 국민의 4분의 3은 공식적인 영토 양도에 반대한다. 침략으로 차지한 땅을 법으로 인정했다간 침략을 사실상 용인하는 전례가 생길 수 있어서다.
이를 고려하면 영토 분할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현재 전선을 유지하는 것이다. 다만 이는 러시아의 요구와는 차이가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5일 알래스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가 돈바스(루한스카와 도네츠크)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나머지 지역에서 전선을 동결할 수 있단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알래스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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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토 분할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관리하게 될 나머지 땅에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가 남은 80% 영토를 가지고 독립국가로 살아남을지, 러시아 위성국가로 전락할지가 달려있어서다.
우크라이나가 독립국가로 남기 위해선 서방의 안전 보장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의지의 연합'은 종전 후 우크라이나에 다국적 평화유지군 주둔을 추진하고 있으며, 트럼프도 불관여 입장에서 선회해 일정 부분 지원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1953년 한반도 분단 후 한국이 서방의 보호 아래 있었던 구조와 유사하다.
15일 알래스카 회담에서 3:3 회동에 참석한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는 CNN 인터뷰에서 푸틴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집단방위 5조'와 유사한 방식의 안전 보장에 동의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 대가로 제시된 타협책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러시아로부터 평화협정에서 이런 조항이 포함되는 데 동의한다고 들은 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앵커리지 로이터=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장에 입장하며 푸틴을 스쳐 회견 자리로 가고 있다. 2025.08.15.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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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분할과 종속: 두 번째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가 민주주의와 유럽 통합의 꿈을 버리고 러시아의 영향권으로 전락하는 구조다. 푸틴의 궁극적인 전쟁 목표에 더 가깝다.
이런 푸틴이 트럼프를 만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면서도 서방의 안전 보장에 동의한 건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을 강제력 있는 수단이 아니라고 계산했을 수 있다. 나토의 경우 집단방위 5조에 따라 한 나라가 침략받으면 모든 회원국이 자동으로 개입해야 하는 구속력 있는 수단이지만, 일반적인 안전 보장은 정치적 약속에 그칠 것으로 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1994년 구소련 붕괴 직후 우크라이나는 보유 핵무기를 러시아에 이전하는 대가로 러시아·미국·영국이 독립 및 영토를 보장하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현실에서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았다.
12일(현지시간) 기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 상황/사진=CN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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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단순한 영토 확장을 넘어 우크라이나 정치 체제와 국가 정체성까지 바꾸려 한다. 푸틴이 제시한 전쟁의 근본적 이유는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행보 저지와 나토 동진에 대한 위기감이었다. 푸틴이 종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군사력 제한, 서방 무기 공급 제한, 정권 교체, 헌법 개정, 러시아어 공용화, 국가 정체성 및 역사 교육 재편 등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요구가 다 받아들여진다면 우크라이나는 영토 80%를 지키더라도 사실상 러시아에 항복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주의와 유럽 통합의 꿈이 좌절되고 러시아의 영향력이 동유럽으로 다시 확장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WSJ은 결국 전쟁 후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앞으로 진행될 평화협정의 세부사항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봤다. WSJ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강조했다. 평화협정을 둘러싸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유럽 간 핵심 이슈인 영토 분할, 전후 복구 및 안전 보장, 정치 체제, 우크라이나 군사력 등을 두고 치열한 논의가 벌어질 전망이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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