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송언석과 또 악수 안 해
지지층만 보는 행보에 우려 확산
당내서도 "지지율 심각하게 봐야"
정청래(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있다. 정다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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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들어 여권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데는 '정청래 지도부'의 멈추지 않는 강성 본색에 대한 중도층의 반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야당 대표와 마주 앉기조차 거부하고, '개혁 완수'라는 미명하에 쟁점 법안 입법을 몰아붙이는 거대 여당에 통합과 실용을 기대했던 민심이 조기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검찰개혁을 담당하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민감한 쟁점 사안일수록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은 슈퍼 여당의 일방통행식 정국 운영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정청래 "역사 내란 세력도 척결해야"
'당 지지율 39.9%'(리얼미터 조사)라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든 18일에도 정 대표의 '공격 본능'은 여전했다. 취임 후 2주 연속 지지율이 내림세지만, 더 강하게 "내란 척결" 카드를 거두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바로 옆자리에 착석했으나 송 비대위원장에겐 눈길도 주지 않았다. 사흘 전 광복절 경축기념식에서도 둘은 의례적 악수조차 하지 않았었다.
정 대표는 추도사에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면) '진정한 용서는 완전한 내란 세력 척결과 같은 말'이라고 하셨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에 동조한 내란 세력이며, 내란 세력은 단죄해야 한다'는 주장을 추도사를 빌려 재확인한 것이다. 이에 송 비대위원장도 "집권 여당이 야당을 대화의 상대방으로 인정하지 않고 말살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는 작금의 현실 앞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의 화합, 포용의 정치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고 받아쳤다.
정 대표는 이날 '역사 내란' 프레임으로 공세를 확대하며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을 정조준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 임명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지난 15일 "광복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고 발언했던 것을 "망언"이라 규정하고, 일부 극우 성향 학자들이 주장하는 건국절 논란까지 끌고 와 "역사 내란 세력도 철저하게 척결해가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정 대표가 '내란 프레임'을 거듭 외치는 데는, 지지층을 결집시켜 지지율 하락 위기를 벗어나려는 의도가 강하게 깔려 있다. 당장 정 대표는 21일로 예정된 8월 본회의에서 방송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상법 개정안 등의 입법을 서둘러 매듭 짓고 9월 정기국회에선 검찰·언론·사법 등 3대 개혁 입법까지 전진하겠다는 의지 역시 꺾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과 재계 등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개의치 않는 기색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개혁에 대한 지지층의 열망 때문에 자신이 당 대표가 된 만큼, 강력한 개혁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게 정 대표 생각"이라며 "지지층 요구에 답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에 처할 것이라 우려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오른쪽은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정다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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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에 나타난 민심 읽어야"
그러나 거대 여당 대표의 강경 일변도는 민심의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여권에서도 힘을 얻고 있다. 당장 이날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정성호 장관을 콕 집어 "최대한 속도를 내더라도, 졸속이 되지 않도록 잘 챙겨달라", "민감한 핵심 쟁점이 있다면 더 많은 공론화 작업으로, 더 많은 갑론을박이 벌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사실상 검찰개혁의 속도조절을 당부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 대표가 추석(10월 6일) 밥상에 검찰청 폐지 법안을 올리겠다고 '전광석화 검찰개혁'을 공언한 상황에서, 분명하게 온도차를 드러낸 것이다.
개혁의 속도 자체를 늦출 필요는 없지만, 사회적 파장이 큰 권력 기관 개혁을 강경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을 경계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과 관련해 '추석 전에 얼개를 만드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다'고 한 발언을 눈여겨보라"면서 "(검찰개혁) 내용에 대해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속도에 대해서는 약간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추석 전 얼개'를 만드는 것과 '추석 전 입법 완료'는 다르다는 뜻이다. 다만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관계자는 "공론화는 이미 계속하고 있다"며 "이견도 속도조절도 없다"고 추석 전 검찰개혁 완료를 못 박았다.
잇따르는 지지율 경고음에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집권여당은 당원만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정세균 전 국회의장)는 취지의 원로들의 말을 되새기라는 게 지지율에 나타난 민심"이라고 해석했다. 다른 수도권 의원도 "국민들이 정권 교체 시작이 됐던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 기억을 다시 떠올리기 시작했다"며 "지지율 하락세를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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