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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6년간 일회용컵 9000만개 대체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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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곽재원 대표가 서울 마포구 본사에서 다회용기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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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폐기물 발생이 많은 국가 중 하나다. 1인당 연간 플라스틱 배출량은 90.5㎏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42.4㎏)의 2배가 넘는다. 정부는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70%가 넘는다고 집계하지만, 이는 '소각을 통한 에너지 회수'까지 포함한 것이다. 즉 발전용 원료 사용분을 제외하고 물질 재활용만 따지면 18%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이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일회용품 대체 서비스 제공 기업 트래쉬버스터즈는 곽재원 대표가 2019년 창업한 회사다. 10년가량 콘서트·공연 등을 기획하던 그는 행사 때 산더미처럼 쌓이는 일회용품 쓰레기를 보고 창업에 나섰다. 회사는 다회용기를 빌려주고 이용자가 전용 반납함에 반납하면 수거 후 세척한 뒤 다시 대여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설거지를 하거나 쓰레기를 치우지 않아도 돼 이용자 입장에서는 관련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곽 대표는 "회사가 절약한 일회용 컵을 산출하면 9000만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창업 후 현재까지 임대된 다회용 컵만을 기준으로 산출한 규모다. 이어 그는 "현재 안양에 있는 TSWC(트래쉬버스터즈가 자체 개발한 전문 세척 센터)에서 하루 14만개의 다회용 컵을 세척해 제공하고 있다"며 "이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3배 규모"라고 설명했다.

    트래쉬버스터즈의 서비스는 일회용품만큼 싼 비용으로 일회용품보다 더 깨끗한 다회용기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다회용기 제공 서비스가 세척 공정이 복잡하고 사람 개입 정도가 높아 인건비 비중이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곽 대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검수·분류 작업을 자동화하고 자체 개발한 물 분사 시스템으로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컵, 그릇 등을 대량으로 씻을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곽 대표는 "회사의 세척 솔루션은 초고압(100bar), 고온(70~80도) 분사와 자외선 살균을 접목해 6단계로 진행된다"며 "미생물 검사 등 청결도를 따지면 일회용품보다 더 깨끗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척과 배송 과정에 들어가는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물과 가스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도 개발했다"며 "탄소 배출 측면에서도 회사의 다회용기 서비스는 일회용품과 비교했을 때 20% 수준 이하"라고 덧붙였다.

    트래쉬버스터즈는 현재 매출 중 80%를 기업 간 거래(B2B)에서 얻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KT, 하이브 등 기업에 매일 사용할 양의 다회용 컵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스포츠 분야로도 영역 확장에 나섰다. 일부 야구장, 축구장 등에서 시범 사업으로 음료를 판매할 때 다회용 컵에 제공하고 있다. 매출은 매년 200%가량 급등해 올해 1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곽 대표는 "3000명 정도의 관객이 참여하는 행사를 기준으로 보면 100ℓ 종량제 봉투 350개가 필요하던 것이 다회용기를 도입했을 때 8개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친환경 경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등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의 관심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막연히 비용이 비쌀 것이라는 편견을 경제성과 편의성으로 극복하며 카페 등 일반 매장 사용률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 사용을 확대하려면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의 강도와 별개로 시장이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22년부터 수차례 번복됐던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단적인 예다.

    곽 대표는 "게다가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베껴 관할 지역에 세척장을 만들었는데 이는 사실상 기술 탈취나 다름없다"며 "민간에서 오랜 기간 공들여 기술을 혁신하고 시장을 개발했다면 공공에서는 시장이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래쉬버스터즈는 현재 하루 21만개까지 가능한 다회용기 세척 라인을 연내 3배로 늘리는 등 서비스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화장품 용기, 현수막 등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다른 품목을 대상으로 한 솔루션도 개발하고 있다. 곽 대표는 "회사의 한계를 '다회용기 세척 서비스'에 국한하지 않고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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