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30일 이태원 참사 직후 이태원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이태원 참사 구조에 나섰던 소방관들이 최근 잇따라 숨진 가운데, 참사를 미디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시민 또한 장기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영주 연세대학교 교육연구소 연구원과 김시형 성균관대학교 외상심리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작년 3월 29일부터 4월 4일까지 만 20∼39세 일반인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 조사 결과를 지난 6월 저널 '통계연구'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약 322명(53.7%)이 이태원 참사를 매체로 접하고 느낀 슬픔과 괴로움에 대해 '매우/꽤 슬프고 괴로웠다'고 답했습니다.
참사가 발생한 2022년 10월 29일부터 약 1년 반이나 지나 이뤄진 조사지만, 여전히 해당 사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높게 나타난 것입니다.
참사 이후 다른 스트레스•트라우마 유발 사건을 겪었음에도, 여전히 이태원 참사가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10% 이상에 달했습니다
연구팀은 "사고 이후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이태원 참사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민의 심리적 충격이 심화된 배경으로는 SNS가 지적됩니다.
이태원 참사 당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영상과 사진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시민들이 정제되지 않은 장면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탓에 정서적 불안이 심화됐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골목 사진만 봐도 그날의 일이 생각난다", "사고 때 충격을 받아 너무 밀집한 곳은 불안해서 안 간다"며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간접 트라우마도 결코 가볍지 않다며 현실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연구팀의 이영주 연구원은 "참사 뉴스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알고리즘이 참사 콘텐츠를 계속 보여준다"며 "SNS 아이디를 바꿔 가입해 알고리즘 자체를 바꾸는 것도 방법"이라고 권고했습니다.
특히 연구진은 재난 상황에서 매체 노출 관리와 정서적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개입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들은 “반복적이고 자극적인 미디어 콘텐츠는 대중의 정서적 불안과 간접외상을 촉진시킬 수 있으므로, 재난 보도에 있어 부정적 정서를 유발하는 자극적 이미지와 표현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회복과 연대를 확대하는 방향의 보도 지침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한 뒤 트라우마와 우울증으로 숨진 소방관들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출동 이후 지속적으로 우울감을 호소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소방청의 '이태원 투입 소방공무원 PTSD 상담 실적'에 따르면, 2022년 10월 31일부터 2023년 9월 30일까지 1천316명이 긴급 심리 지원을 받았고, 이 중 142명이 심층 상담과 병원 연계 진료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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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연(jswh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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