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설적 로커 빅토르 최 사망 35주기
빅토르최 사망 35주기 거리 추모 공연 |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지난 15일(현지시간)은 러시아의 전설적 로커 빅토르 최가 사망한 지 35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는 고려인 후손이다. 1962년 6월 21일 카자흐스탄 출신 고려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1980년대 그룹 '키노'의 리더이자 보컬로 활동하며 옛 소련 젊은이들의 영웅이 됐다.
특히 그는 소련 체제의 억압적인 분위기에서도 저항과 자유를 노래해 페레스트로이카(개혁)를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
빅토르 최는 정치적 활동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전쟁터에서 평화를 갈망하는 내용의 '혈액형', 시대정신을 반영하듯 변화를 기다린다고 반복해서 외치는 '변화를 원해' 등 노래로 당시 젊은이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하지만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1990년 8월 15일 그는 라트비아 리가에서 낚시를 즐기고 돌아가는 길에 버스와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28세로 요절했다.
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어느 팬은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의 한 벽에 "오늘 빅토르 최가 세상을 떠났다. 우리는 당신을 존경한다"고 적었다. 이후 이 벽은 "당신을 잊지 않겠다", "최는 살아있다" 등 빅토르 최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적은 글과 그림으로 도배됐다.
'빅토르 최의 벽'으로 불리는 이 벽은 그의 음악을 기리는 유산이자 순례지로 여전히 많은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망 35주기를 맞아 아르바트 거리에서는 그를 기억하는 티셔츠를 입은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중년의 남성 무리, 혼자 다니는 중년 여성, 젊은 남성, 청소년들 등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빅토르 최 얼굴이 담긴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러시아어로 '초이'(최) 또는 '키노'가 적힌 티셔츠도 많았다.
사람들의 발길은 빅토르 최 벽으로 향했다. 빅토르 최 초상화가 큼직하게 그려진 이 벽 앞에서 검정 티셔츠를 입은 소년들이 빅토르 최의 노래를 연주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소년들의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빅토르 최를 기렸다.
빅토르 최 티셔츠 입은 팬 |
빅토르 최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추모 열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이 지역 매체 폰탄카는 빅토르 최가 묻힌 상트페테르부르크 보고슬롭스코예 묘지에 팬들이 놓은 장미와 카네이션이 가득 쌓여 있었다고 전했다.
또 하루 종일 빅토르 최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그의 묘 앞에서 곡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고 대화하고 눈물을 닦으며 그들의 영웅을 추모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묘지에 모인 팬들은 빅토르 최가 사망한 시각인 낮 12시 28분에 맞춰 노래를 멈추고 조용히 묵념했다.
이 신문은 이날 빅토르 최 팬들이 가장 많이 부른 노래가 '변화를 원해'였다면서 "누군가 '알래스카 이후의 변화를 기다려'라고 외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알래스카 정상회담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 논의를 위해 모스크바 시각으로 15일 오후 10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알래스카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두 대통령의 역사적인 만남에서도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합의가 도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날 러시아 곳곳에서는 변화를 갈망하는 빅토르 최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변화! 우리의 심장이 요구해. 변화! 우리의 눈이 요구해. 우리는 변화를 기다린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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