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도로 윤석열당?'
여야 대치 격화에 李도 부담
여당서도 '전쟁 중에도 대화'
압박에 유화 제스처 시동?
鄭 '더 센 특검법' 숨고르기
정청래(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 8월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서로 다른 곳을 보며 자리에 앉아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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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최종 선출되는 제1야당 수장인 국민의힘 대표에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과연 악수를 건넬까. 김문수, 장동혁 후보 중 누가 되더라도 반탄파(탄핵 반대)가 당권을 거머쥐는 상황에서 "내란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악수의 조건'으로 내건 정 대표 입장에선 출구전략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강성 당원들을 의식해 당장 고집을 꺾기는 쉽지 않아 보이나, 거대 집권여당의 대표가 야당 지도부와 협치의 문을 계속 걸어 잠근다면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에서조차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한다'며 야당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이 높아지는 배경이다. 이에 정 대표도 당장 27일 본회의 처리 속도전을 예고한 '더 센 3특검법'도 9월로 미루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새로 선출되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한 유화 제스처란 분석이다.
정 대표는 24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를 두고 "윤 어게인 세력들이 다시 윤석열당을 만들어서 다시 계엄을 하자는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탄파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장동혁 의원이 결선에 오르고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 조경태 의원이 고배를 마신 것에 대해 국민의힘이 극우 강성 보수에 잠식당했다고 질타한 것이다. 그러면서 "'도로 윤석열당', '도로 내란당'이 될 상황에 직면했다"며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규정하고, 정당 해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착석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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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선전포고에 비춰 볼 때, 정 대표의 '악수 불가' 기조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정 대표가 뱉어놓은 "내란 반성과 사과"라는 악수의 조건에 두 사람은 한참이나 모자라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과 장 의원 공히 사실상 12·3 불법 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에 반대하며, 윤 어게인 세력 편을 들어왔다는 점에서 마주 앉기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정 대표는 그나마 불법 계엄에 대해 사과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도 눈길조차 피해왔다.
다만 여야 관계가 얼어붙을수록 협치와 통합을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의 진정성은 퇴색되고 정국은 경색될 수밖에 없다. 이에 여당 내부에서도 정 대표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조언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원조 친이재명(친명)계 김영진 의원은 최근 JTBC 방송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 협상한 사례를 거론하며 "국민의힘이 내란 연루 등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국회에선 같이 논의해 나가야 하는 파트너이기 때문에 악수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로들 역시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고 협치를 주문해왔다.
정 대표도 '악수 거부'가 여야 대치의 상징적 행위가 된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정 대표는 8·15 광복절 행사 전날 페이스북에 "의례적 악수는 할수 있다"고 밑자락을 깔았지만, 나란히 앉은 송 대표가 "저도 사람하고 대화를 한다"고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정 대표는 "야당과 악수를 안 한다는 것은 레토릭이었다"고 토로할 만큼,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단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당대표가 되면 먼저 연락하겠다"고 만남 가능성을 열어놓은 만큼 국민의힘 지도부 선출 이후 자연스레 상견례 자리가 성사되면 여야 스킨십의 물꼬가 트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민주당도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대표 선출 다음 날인 27일 본회의를 열어 '더 센 3대 특검법'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9월로 스케줄을 미뤘다. 특검법 조율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야당 지도부가 들어서자마자 '폭탄'을 떠넘기는 것에 부담을 느껴 정청래 지도부가 속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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